유가·환율 고공행진에 치솟는 제조원가… 기업들 `초비상`

장우진 2024. 4. 1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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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 오르면 제조비용 4.4% ↑
정유·석유업계, 고환율 환차손 우려
수입물가 상승에 서민경제 먹구름

16일 원·달러 환율이 한 때 1400원선을 돌파하는 등 고유가에 고환율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중동 갈등이 확산돼 글로벌 물류난까지 더해질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등 주요 대기업은 '시계 제로'의 비상 상황으로 치닫는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비상경영에 준하는 체제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고환율 현상은 수입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려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전반적인 물가 인상을 초래해 내수 침체까지 이어질 수 있어 경제엔 부정적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각종 원재료 가격 인상에 고환율까지 더해지면 기업들은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한국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와 환율이 각각 10%씩 상승하면 국내 기업의 원가가 각각 0.38%, 2.40% 상승해 총 2.8%의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유가가 10% 오르면 원가가 0.67% 오르고, 환율이 10% 오르면 3.68%의 원가가 상승하는 등 총 4.4%의 비용 상승 효과가 발생한다.

업종별로 보면, 먼저 식품·유통업계의 경우 환율과 유가의 동반 상승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옥수수나 밀, 설탕 등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게 되면 원가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물류비도 오르는 추세지만, 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철강업계에도 환율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산업의 경우, 철광석, 석탄을 포함한 거의 모든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만큼, 원재료 가격 상승이 회사의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산 철스크랩을 가공해 해외로 수출하는 일부 철강제품의 경우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정유·석유화학 업계에도 고환율이 달가운 일은 아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을 수출할 때는 유리하지만, 원유를 수입할 때는 환율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원유를 수입할 때 달러로 결제를 하기 때문에 환율이 급등하면 환차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나프타 수입 가격이 오르면 원가 부담이 가중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장기적으로도 외화부채에 대한 이자비용과 해외 투자액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요인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2021년 미국에 17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당시와 지금의 환율을 대입하면 원화 기준으로는 투자비용이 4조~5조원 가량 늘어난다. 2021년 5월 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23.28원으로 이날(1394.5원)보다 270원가량 낮다.

자동차의 경우 여기에 고유가에 따른 소비위축 부담도 떠안게 된다. 생산 원가 부담도 가중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연료비 부담에 차 구매를 기피할 수 있어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자동차는 원자재를 들여올 때나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할 때 환율에 따라 수익성에 차이가 생긴다"며 "중동 이슈로 유가까지 함께 오르게 되면 원유를 100% 수입하는 국내 자동차 업계는 생산 원가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업종에서는 환차익이 발생하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80% 이상인 현대차·기아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3000억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발(發)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돌파할 경우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만큼,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글로벌 생산이 0.15%포인트(p)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0.4%p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수입단가도 같이 상승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환율이 오르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 영향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율변동은 우리만 환율이 변동하는 경우와, 이번처럼 달러만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외 모든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달러 가치가 모든 통화 대비 상승하면 미국을 제외한 여타국에서 일시적 수입수요 감소가 있을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수출에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장우진·김수연·박한나·임주희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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