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尹 `소통 강화` 방점… 이재명과 회동 가능성 열어놔
6~7월까진 성사 가능성 낮아
"물가·고금리 정책 등 배려 미흡
민생, 더 적극적으로 챙길 것"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서 4·10 총선에서 표출된 성난 민심을 달랠 해법으로 제시한 건 낮은 자세의 '대국민 소통강화'와 야당과의 협력이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정부의 정책과 성과가 국민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소통을 잘 해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판단이다. 총선 패배의 한 요인이 된 의정 갈등 장기화 등을 해결할 방법으로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며 소통에 방점을 뒀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동안 민생에 주력해왔으나 국민 체감도가 낮았다는 점을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으나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에 미처 힘이 닿지 못했다. 미래 세대를 위해 건전재정을 지키고 과도한 재정 중독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중소상공인 이자환급 등 국민 부담을 더는 정책을 폈으나 근본적인 고금리를 해결하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3법으로 인한 폐해를 바로잡고자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가격을 낮췄으나 세입자와 재건축·재개발 이주민들의 불안을 세밀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자인했다. 아울러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공매도 금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상향조정 등을 추진했으나 주식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서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고, 정책 속도를 높이려 최선을 다했지만,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극복하는데 부족함이 많았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결국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성했다.
윤 대통령은 소통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더 가까이 민생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국민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소통의 우선순위는 민생토론회다. 올해 24차례 개최한 민생토론회를 선거 이후 계속 이어가면서 현안을 듣고 해결책을 찾는 게 최선이라 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실질적으로 국민들께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더 속도감 있게 펼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통해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 넣겠다"며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좁힐 수 있도록 현장의 수요를 더 정확히 파악해서 맞춤형 정책 추진에 힘을 쏟겠다"고 고 했다.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국회와의 협력 방안으로는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은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며 "이번 21대 국회가 종료되기 전까지 각 부처에서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도 열어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선 못할 게 없다'고 한 발언에 (야당 대표와의 만남도) 포함돼 있다"면서 "5월 말 새로운 국회가 열리고 원 구성을 한다. 어떤 시점이 소통하기에 국회와 야당과 소통하기에 적절한 시점인지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여당이 함께 해야 하는 측면도 있는데, 여당 지도체제가 완전히 갖춰진 것은 아니라 최소한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야의 지도부가 정리된 뒤 만나겠다는 의미로 6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사과와 반성을 담아 입장을 내놨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소통이었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등을 포함한 소통방식을 고민했으나, 최종적으로 국무회의를 열어 국무위원들 앞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형식으로 일방적 소통을 택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께 죄송하다'고 한 발언 역시 공개석상이 아닌 비공개 회의 도중 나온 것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전언으로 확인했다. 총선 과정에서 민심 이탈의 원인으로 지목된 의정갈등 장기화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해결책도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총선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참모진들의 일괄 사의 표명 이후 인적 쇄신 방향도 담기지 않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하는 방식이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이 아닌 국무회의 석상이라는 점에서 진정성 있게 소통을 하겠다는 것인지 신뢰성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도 공개석상에서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더라면 더 진정성이 느껴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국정기조라는 것도 총론에서는 옳더라도 각론에서 정부의 방식이 옳지 않거나 독선과 오만했다고 국민들이 총선에서 평가한 것인데 대통령이 단지 홍보가, 소통이 부족했다고 느낀다면 큰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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