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에도 '변화' 없는 與... 실무형 비대위로 '혁신' 대신 '안정' 방점

김민순 2024. 4. 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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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형 비대위 가능성에 "할 상황 아니다"
대구 출신 윤재옥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겸임 가능성
당선자 총회도 절박함 안 보이고 자기소개만
국민의힘 배준영·국민의미래 김예지 당선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총회에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하는 모양새다. 16일 당선자 총회에서 이르면 6월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실무형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총의를 모으면서다. 패배에 따른 내부 혼란 수습이 우선이라는 게 명분이지만, 정부·여당에 실망한 민심 회복과 거리가 먼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남 의원들 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패배의 교훈을 이식할 타이밍까지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22대 당선자 총회를 열고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실무형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총회 직후 윤 원내대표는 "당을 빠른 시간 안에 수습해서 지도체제가 빨리 출범할 수 있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실무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당 쇄신과 개혁 방안 모색 차원에서 제안됐던 '혁신형 비대위'에 대해서는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합당만 속도를 냈다.

새 비대위원장은 윤 원내대표 겸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회의에서도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방식으로 조속히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석열계' 권성동 의원은 회의 직후 "(비대위원장을) 윤 원내대표가 하든 차기 원내대표가 하든 그야말로 '실무형'이기 때문에 누가 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도 "(비대위원장 하라는) 그런 의견이 있었지만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 조금 더 의견을 수렴해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당내에서는 당이 반성과 변화를 요구한 민심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지도체제 출범에 앞서 '혁신형 비대위'를 통해 당 체질 개선을 꾀하기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으면서 '현상유지'에만 급급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새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윤 원내대표 역시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기존 지도부 일원인 데다, 당선자 다수를 차지하는 영남권(대구 달서을) 출신이라는 점이 이런 우려를 더 키운다.

인천 동미추홀을에서 당선된 윤상현 의원이 이날 회의 직후 "총선 참패를 반성하는 '혁신형 비대위'를 당장 꾸려야 한다. 패배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할 건지 내부 자성과 국민께 어떻게 다가갈 건지 논의해야 한다"며 "(비대위원장도) 새 얼굴이 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울림이 크지 않다.

실제 이날 회의 분위기도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전 10시부터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총회의 상당시간은 새 당선자들 자기소개에 할애됐다. 이후 자유토론에서 안철수 송석준 조정훈 신동욱 등 수도권 당선자 4명을 포함한 8명이 발언했지만, 당 혁신과 성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낙선자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안철수 의원), "총선 백서는 꼭 만들어야 한다"(조정훈 의원) 정도에 머물렀을 뿐이다. 이번 선거 패인이자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수직적 당정관계 해소와 '영남권 정당' 이미지 탈피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참패 후 첫 대국민 메시지를 두고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은 정희용 수석대변인 명의의 공식 논평에서 "국정의 우선순위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오직 '민생'이라는 제1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다. 국민의힘을 향해 보여주신 국민의 따끔한 질책, 더 변해야 한다는 엄한 꾸짖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자는 총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것은 긍정적이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야당 협치 등 전향적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본보 통화에서 "사과부터 했었어야 한다"며 "민생 외에 정치적 현안들이 많고, 대야 관계 등 국정 운영 방안 등 궁금한 부분이 많은데 일부분만 짚고 넘어가 국민들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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