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민생 챙기는 것이 정부 존재 이유”… 사실상 ‘총선 반성문’

곽은산 2024. 4. 1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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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운영 첫째도 둘째 셋째도 민생
국민의 삶 더 적극적으로 챙길 것”
3대 개혁의지 강조 속 “조화 노력”
기자회견 등 재개 가능성 시사도
여당선 “협치 등 구체적 행동 필요”
전문가 “첫 인적쇄신, 변화 시험대”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뒤 16일 처음 육성으로 내놓은 입장문에서 ‘민생’을 강조하며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겠다”고 밝힌 건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정권심판론의 원인인 ‘불통’과 ‘오만’에 대한 반성으로 읽힌다. 특히 윤 대통령은 비공개 국무회의와 참모진 회의에선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간의 국정운영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몸을 낮추면서 앞으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어려운 국민을 돕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바로 정부의 존재 이유”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더 가까이, 민생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국민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며 사실상 총선 반성문을 낭독했다.
尹대통령 “민심 경청”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7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문 기자
윤 대통령은 특히 서민들을 위한 민생 경제를 수차례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고물가·고금리 상황과 관련해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다. 그러나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 미처 힘이 닿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또 “이자 환급을 비롯해서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애썼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고금리로 고통받는 민생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전 생태계 복원과 첨단산업 육성 등 이번 정부 들어 역점을 둔 정책들이 산업 경쟁력을 높였지만 민생에 온전히 전달되는 데는 미흡했다고도 했다.

국정운영의 방향성은 옳다는 판단 속에 소통과 민생에 방점을 찍은 이날 발언으로 볼 때 윤 대통령이 향후 국정운영 방식 등에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고 한 만큼 취임 초부터 강조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의 경우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대 개혁의 성패가 입법화 여부에 달린 만큼 야당과 협치를 어떤 방식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정 기조, 방향이라는 건 대선을 통해 응축된 국민의 총체적 의견이다. 선거 때문에 국정 방향을 바꾼다는 건 국민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며 “추진해 왔던 각종 기조나 원칙, 방향은 가져가되 소통 문제 등에 대한 부분은 잘 조화를 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 가능성에 “모두가 다 열려 있다”고 밝힌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그동안 피의자인 이 대표와의 회동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것을 꺼리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다.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하며 입법권을 장악한 야당과의 대화와 소통은 윤 대통령이 이제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실제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소통 방식도 다양해질 것 같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이뤄질 가능성을 놓고는 “언급한 부분들을 포함해 다양한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자는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아쉬움 토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아쉬움이 있다면 구체적인 정치행위로 나아가야 하고, 대표적으로 야당과의 협치, 하나의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으로 본다.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당선된 안철수 의원도 “선거 패배에 대해 반성하고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방향으로 고쳐 나가는 게 진정한 정부·여당 자세가 아니겠느냐”며 “야당에 대해서도 중요한 민생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 협조를 구하는 협치의 발언이 나오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총선 참패에 따른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등 인적 쇄신 폭과 시기에 대해서는 “중요한 인사이고 중요한 조직 문제여서 갑작스럽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내놓을 첫 인적 쇄신 조치가 향후 국정운영 방식 변화의 폭과 방향을 가늠해 볼 시험대라고 본다.

곽은산·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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