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대비 3~5% 떨어진 美 증시…조정폭 좌우할 4대 변수[오미주]
미국 증시가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짐에 따른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증시는 15일(현지시간) 기술주 위주로 타격을 받으며 나스닥지수가 1.8%, S&P500지수가 1.2%, 다우존스지수가 0.7% 하락했다.
특히 다우존스지수는 이날까지 6거래일째 내림세가 지속됐다. 이는 지난해 6월26일 이후 최장기 약세다. 4월 들어 이날까지 11거래일 가운데 다우존스지수가 오른 날은 지난 5일 딱 하루밖에 없다.
다우존스지수는 지난 3월28일 기록한 사상최고가 3만9807.18 대비 5.2% 하락한 상태다. 올들어 상승률도 0.1%로 줄어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이날 5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했다. S&P500지수의 이날 종가 5061.82는 지난 3월28일 사상최고가 5254.40 대비 3.7% 떨어진 것이다. S&P500지수의 올들어 상승률은 6.1%로 줄었다.
나스닥지수의 이날 종가 1만5885.02는 지난 4월11일 기록한 사상최고가 1만6442.20 대비 3.4% 하락한 것이다. 나스닥지수의 올들어 상승률은 5.8%로 축소됐다.
하지만 국채수익률이 지난 3월 소매판매 강세에 급등으로 반응하면서 증시가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오전 10시에 4.663%까지 치솟아 올랐다가 오후 3시에 4.628%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12일 4.499%에 비해 0.129%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지난해 11월13일 이후 최고치다.
지난 3월 소매판매가 예상했던 0.3%의 두 배가 넘는 0.7%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자 경제 강세로 인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가 오는 9월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굳어지면서 국채수익률이 큰 폭으로 올라갔다.
국채수익률은 올들어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상승세를 지속해 왔지만 증시에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않았다. 하지만 4월 들어 10년물 국채수익률이 4.3%를 넘어서자 증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져 하락 리스크가 커진 상태에서 국채수익률이 상승하자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0년물 국채를 사면 만기 때까지 손실 위험 없이 연 4.3%가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굳이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비싼 주식을 살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게다가 대출 금리의 벤치마크가 되는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면 부채가 있는 기업들은 이자 비용이 늘어나 순이익이 줄게 된다.
이스라엘이 확전을 원하지는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란의 공격에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것도 주식 회피 성향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자국 내에서 일어나지 않은 전쟁이 증시에 지속적인 악재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중동전쟁은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확전으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려 미국 증시에 상당 기간 부담을 줄 수 있다.
연준 내에서 의장과 부의장에 이어 서열 3위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아직 연준 내 주류 의견은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내 금리 인하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연준 내에서 확산되고 더 나아가 물가 불안으로 인해 다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면 증시는 2022년 침체장에 가까운 급락세를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경제마저 급격히 둔화된다면 골디락스와 반대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는 침체를 향해가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고 경제가 너무 강세를 보여도 증시에 부정적이다. 지난 3월 소매판매처럼 경제가 너무 강해 인플레이션이 낮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과열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까지 내려가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면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경제가 약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도 증시에 전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 이 경우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그 정도로 경제가 냉각된다면 기업 실적도 타격을 입어 증시 밸류에이션에 하향 조정 과정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증시에 우호적인 상황은 흔히 바늘에 실을 꿰는 것만큼 어렵다고 하는 골디락스 전제가 깨지지 않는 것이다. 경제는 과열되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은 하락하는 상태다.
기업 실적은 지난해 바닥을 치고 성장세로 돌아섰다. 올 1분기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되며 금리 인하 기대가 연기되는 가운데 증시가 랠리를 이어간 것도 기업들의 실적 호조세 덕분이었다.
따라서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특히 증시를 끌어올린 AI 모멘텀이 실적으로 증명된다면 미국 증시는 현재의 약세를 건전한 조정기간으로 보내고 재상승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업 실적이라는 미시적인 영역은 장기적으로 경제라는 거시적인 영역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결국 기업 실적도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세, 이에 따른 금리 변화에 종속돼 결정될 것이란 의미다.
오전 9시15분에는 지난 3월 산업생산이 발표된다.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10시)에는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이 불확실성의 시기에 통화정책을 주제로 연설한다.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처럼 CPI가 올들어 세달 연속 예상치를 상회했음에도 올해 안에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날 오후 1시15분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공개 일정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캐나다 경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하 전망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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