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화 의지 없는 윤 대통령, 남은 3년도 국민과 싸울 건가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총선 참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만 했을 뿐 실정에 대한 분명한 사과나 국정기조 변화 의지는 없었다. 오히려 지난 2년간 국정 방향은 ‘옳았다’고 자찬하면서 체감을 줄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 정부 실행의 문제로 책임을 돌렸다. 형식·내용 모두 총선 민심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오기만 확인한 총선 입장에 앞으로 남은 3년도 내내 국민과 싸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총선 민심은 윤 대통령에게 국정에 대한 성찰과 소통·협치, 기조 전환의 세 가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단 한 가지도 부응하지 않았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의 입장 표명 형식부터 부적절했다.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 형식은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며 민심과의 ‘소통’을 거부한 것과 다름없다. 국민 앞에 직접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의무를 피해간 것이다.
현실 인식은 더욱 심각하다. 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 방향을 잡고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물가 관리, 건전재정, 주식시장·경제 활성화 노력 등을 꼽았다. 하지만 총력을 다한 물가 관리가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 발언인지, 부동산·법인세 감세로 지난해 87조원의 대규모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낸 것이 건전재정인지, 부동산·주식 부자들에게만 혜택 준 재개발·재건축 완화나 주식양도세 기준 상향이 “국민 자산 형성”을 위한 것인지를 민심은 질책한 것이다.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란 발언엔 어이가 없다. 관권선거 시비에도 24차례 민생토론회로 전국을 돌며 천문학적 재원의 개발 공약을 남발한 건 윤 대통령 본인이 아니었나. 편중·독식 인사, 이태원·오송 참사의 국가 책임 부재,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런종섭’ 논란 등 그간 차고 넘친 실정은 모두 외면했다.
민심과 동떨어진 입장이다보니 이날도 ‘통역사’가 나섰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와 참모회의에서 “대통령부터 국민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일부 사과 표현이나 소통·협치 방안이 참모의 전언 형식으로 보완된 셈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똑 부러지게 말하지 않고 왜 관계자 통역이 필요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 뜻은 늘 옳다”고 했지만 이날로 허언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한숨만 쉬는 국민이다. 남은 윤석열 정부 3년도 불통·분열·혼란의 국정을 지켜봐야 하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민심을 거스르며 ‘조기 레임덕’을 자초하지 말고, 총선 민의를 올바르게 직시해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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