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네이티브`로 진화하는 네트워크…"다음 혁신 빅뱅은 `6G-AI 융합`"

김나인 2024. 4. 16. 18: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류탁기 SKT 인프라기술담당 부사장
류탁기 SK텔레콤 인프라기술담당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T 제공
SKT 직원들이 6G 후보 주파수에 대한 RIS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SKT 제공
SK텔레콤과 경북대학교 연구진이 6G 후보 주파수 대역의 경로 손실, 건물 매질 투과 특성, 인체 차단 손실 등 전파특성을 종합적으로 실측하고 있다. SKT 제공
류탁기 SK텔레콤 인프라기술담당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T 제공

류탁기 SKT 인프라기술담당 부사장

"이제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바이스뿐 아니라 기지국, 코어망 등 AI(인공지능)가 인프라 전체에 스며드는 'AI 네이티브 네트워크'로 진화가 본격화될 시기입니다. 서비스뿐 아니라 망 설계·구축·운용까지 각 단계별로 네트워크 자체를 AI 유무선 인프라로 진화시켜 효율성과 인프라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SK텔레콤에서 유무선 인프라, 단말, 네트워크 AI, 측위 등 통신 관련 R&D(연구개발)를 총괄하는 류탁기 SKT 인프라기술 담당(부사장)은 최근 성남 판교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5G 어드밴스드뿐 아니라 6G에서도 AI 기반 네트워크 진화가 표준화 단계부터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5G에 이어 2028~2030년께 현실화될 차세대 이동통신인 6G의 핵심 요소로 통신과 AI 융합이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다 전 산업과 일상생활에 AI가 확산되려면 통신이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만큼 네트워크 전 구간을 AI 시대에 맞춰 진화시키는 작업이 통신산업의 화두로 등장했다. 6G는 기존 5G의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 강점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동시에 AI·센싱·유비쿼터스 연결 등 한 차원 높은 기술을 선보일 전망이다.

류 담당은 연세대에서 전자공학 학·석·박사학위 취득 후 삼성전자 및 스탠퍼드대 연구원을 거쳐 2010년부터 SK텔레콤에 몸담으면서 LTE·LTE-A·5G 개발에 참여했다. 2022년말 현재 자리로 승진해 코어 네트워크를 포함한 ICT 인프라 기술 R&D와 상용화를 총괄하고 있다.

◇통신 한계 깨고 'AI 메이저리그로'

SK텔레콤은 특히 통신에 한정되지 않는 AI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과 산업경험, 인력, 자본, 글로벌 네트워크를 모두 AI에 쏟아붓고 있다. '글로벌 AI 컴퍼니'를 회사의 비전으로 선포하는 한편 AI 인프라를 바탕으로 핵심 비즈니스에 AI를 접목하고, AI 서비스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4'에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면서 PAA(개인형 AI 비서) 서비스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류 담당은 "올해 MWC의 주인공은 단연 AI였다. 서비스뿐 아니라 온디바이스AI 등 전 분야가 AI에 녹아들어 가고, AI가 전 영역에 스며드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 중 네트워크는 인프라, AIX(AI 대전환), AI 서비스 등 AI 피라미드의 모든 층과 연계돼 있는 만큼 중요성이 크다. PAA를 제공할 때 네트워크 품질을 고객 수요와 상황에 맞게 최적화하고 'AI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GTAA와 같이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AI와 6G 혁신을 이끌기 위해 굴지의 글로벌 사업자·연구소·학계 등과 공조를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노키아 벨연구소, NTT도코모, NTT와 협력해 AI 기반 기지국 무선 송수신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노키아 벨연구소의 경우 신기술 개발에 여러 개의 통신사와 함께 협업한 사례는 드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류 담당은 6G와 AI를 키워드로 하는 SK텔레콤의 글로벌 기술 협력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부터 실질적인 기술 협력을 펼치는 과정 전반을 진두지휘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6G 브루클린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맡았으며, 같은 해 12월 3GPP 기술 총회에서는 6G 방향성을 기고 형태로 제시하기도 했다.

◇6G, 상용화 전부터 '최적 서비스'에 초점

류 담당은 인터뷰 내내 '5G 레슨 런드(Lesson Learned, 경험으로 배운 교훈)'를 강조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통신사들은 5G를 상용화했지만, 마땅한 '킬러 서비스'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투자와 수익화의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5G 네트워크 기술은 진화했지만 일반 대중이 스마트폰에서 느낄 수 있는 고객경험 측면의 혁신이 크지 않았던 만큼, 6G는 상용화 전부터 최적 서비스 제공 관점에서 후보 주파수 대역을 조기에 면밀하게 검토하고 망 설계를 최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MWC에서 6G 후보 주파수 대역으로 도심, 밀집도심, 지방, UAM(도심항공교통)별 전파 특성을 종합적으로 실측한 '6G 시뮬레이터' 연구 결과를 전시하기도 했다.

류 담당은 "지금까지 이동통신 분야에서 문자, 멀티미디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서비스 빅뱅이 일어났는데 5G에서는 스마트팩토리, 실감형 서비스 등 다양한 시도는 있었지만, 아직 폭발적 서비스가 나오지는 않았다"며 "6G 시대에는 서비스와 비즈니스 특성과 발전 속도에 맞춰 MIMO(다중안테나기술) 등 무선 네트워크 기술을, 5G와 같은 기존 망과의 연동도 고려해 효율적인 망 진화가 가능하도록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5G에서 겪은 규격 파편화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절실함을 바탕으로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NGMN(차세대모바일 네트워크 얼라이언스) 등의 국제 기구와 사전 조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물·자동차 창문으로 주파수 투과…이동통신 친화형 도시 만든다

밀리미터 대역과 테라헤르츠 대역 등 초고주파의 경우 기술이 성숙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류 담당은 이들 기술은 이동통신용으로 당장 활용하기는 어려운 만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작년말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전파통신회의(WRC-23)에서 제시한 6G 후보 주파수 대역에는 우리나라가 제안한 4개 대역 중 △4.4~4.8㎓ △7.125~8.5㎓ △14.8~15.35㎓ 등 중대역 주파수 3개 대역이 최종 채택돼 이르면 2027년 표준 주파수가 승인될 전망이다. 초창기 후보로 꼽혔던 서브 테라헤르츠 대역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동안 SKT는 기존 저주파대역과 더불어 중저대역 주파수 영역 사용을 정부에 제안했다.

다만, 초고주파의 경우 6G의 특성으로 꼽히는 센싱과 통신의 융합 분야에서 초근거리에 특화된 적용사례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밀한 센싱을 위해서는 초고주파수 대역 특성이 필요하고 초근거리 고속통신은 광대역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RIS(재구성 가능한 지능형 표면) 기술 개발에 나선 것도 고주파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RIS는 고주파 대역의 주파수를 반사 또는 투과시켜 장애물을 통과하게 하거나 투과해 실내에 들어오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를 건물 창문이나 차량 창문 등에 적용하면 도시 곳곳에 이동통신 친화형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SKT는 건물 외장재로 쓰이는 로우-E 유리에 RIS를 적용해 전파 손실을 약 40% 개선했다. 그는 "RIS는 전파 커버리지를 잘 확보할 수 있어 사업자 관점에서 중요한 기술"이라며 "기존 한계를 극복하려는 유의미한 기술 연구를 위해 통신사뿐 아니라 학계, 연구소 등과도 함께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5G 상용화 때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속도를 강조하기보다 실질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데 방향성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류 담당은 "6G 논의가 시작됐을 때는 서브 테라헤르츠 기술과 함께 이론적으로 최대 전송 속도 1Tbps도 거론됐지만 5G의 경험을 돌아봤을 때 허황된 수치가 아닌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한 수치로 설정해야 한다"며 "지난해 열린 ITU-R WP 5D 회의, 3GPP, NGMN 등 관련 포럼 단체에 최대 전송 속도에서 비저너리한 숫자는 기재하지 않도록 제안해왔다"고 말했다.

◇쪼개진 네트워크 영토 연결하는 '오픈랜' 키운다

류 담당은 국내 오픈랜 관련 협업기구인 오픈랜 인더스트리 얼라이언스(ORIA) 대표의장을 맡아 오픈랜 생태계 발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기지국에 가상화 기술을 적용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고 장비간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해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가 연동될 수 있도록 한 오픈랜은 미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다양화 등을 위해 정부 주도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SKT는 오는 6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오랜(O-RAN) 얼라이언스 회의도 주최한다.

류 담당은 "삼성전자에서 SKT로 적을 옮긴 후 2012년 첫 미션으로 오픈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기지국 가상화 성숙도가 올라오지 않고 규격, 표준도 완성되지 않은 백지 상태에서 기술을 파고들었다"며 "인빌딩 장비를 대상으로 오픈 인터페이스 규격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멀티 밴더가 연동될 수 있도록 상용화했다"고 말했다.

류 담당과 호흡을 맞춰 차세대 오픈랜 연구그룹인 nGRG에서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나민수 SK텔레콤 6G개발팀장은 "오픈랜은 대기업에 비해 인력과 투자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생태계를 키우는 데 의미가 있다"며 "6월 처음 한국에서 열리는 오랜 얼라이언스 회의는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오픈랜 관련 가장 큰 회의로,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6G 오픈랜 기술 관련 국내외 생태계 활성화를 한국이 선도하기 위해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열한 R&D와 기술혁신 노력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 텔레콤 어워드 2023'에서 7년 연속 수상하고, AI 기반 ICT융복합 기술로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 대통령상', '전파방송 기술 대상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네트워크 유공 분야에서 과기정통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류 담당은 "앞선 세대 기술을 통해 깨달은 보완점을 해결하고 서비스 안정성을 높이는 고객 경험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SKT가 잘하는 기술을 발빠르게 발굴하고 개발·상용화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