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회초리 맞을때 모면하려 빌면 안돼 … 진짜로 반성해야"

우제윤 기자(jywoo@mk.co.kr),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4. 4. 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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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패배 이후 첫 메시지
선거결과 언급하며 자세 낮춰
"정부 국정운영에 매서운 평가"
도어스테핑·기자회견 재개 등
소통채널 확대 가능성 열어놔
'야당' 한번도 언급 안했지만
"현금 지원은 마약" 우회 비판

◆ 총선 후 국정기조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국정 기조는 가져가되 그동안 제기돼온 소통 문제는 개선하겠다."

1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총선 참패 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이같이 요약 정리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한미동맹, 3대 개혁 등 국정 기조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그동안 지적돼온 불통과 독단적인 국정 운영 방식은 수정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생방송으로 중계된 모두발언에서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며 "취임 이후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면서 국익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반성의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을 볼 때 반성하기보다는 국정 성과를 강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반성과 소통의 중요성에 한층 무게를 실었다는 추가 설명을 내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선거 결과는 한편으로는 당의 선거운동이 평가를 받은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정부 국정 운영이 국민에게 매서운 평가를 받은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매서운 평가의 본질은 더 소통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어린 시절 어머니께 회초리를 맞으면 모면하기 위해 손을 모아 빌면서 용서를 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매를 맞으면서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지 반성한다면 어머니가 주시는 '사랑의 회초리'의 의미가 더 커질 것"이라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얼마나 어떻게 잘할지가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회초리를 맞으며 생각해야 하는 점"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도 필요하지만 실질적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정 방향은 옳지만, 국정을 운영하는 스타일과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냐'가 절대 다수 의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22년 11월 중단된 '도어 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재개하거나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윤 대통령은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는 모두발언 말미에 "10년이 지났지만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상황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면서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의 뜻을 드린다"고 전했다.

다만 윤 대통령 메시지에 '협치'를 향한 의지는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이날 그는 "국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민주당'이나 '야당'이라는 단어 자체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생을 위한 것이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영수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 간 정상회담도) 실무자 선부터 의제나 내용을 논의해 나가면서 올라가는 경우에 성공한 적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소통할 때 늘 여당이 함께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며 "여당 지도 체제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아 여야를 위해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단독 회담이 아니라 여당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 중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야당을 굳이 자극할 필요가 있었냐는 의견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야당을 지목하지 않았으나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공약했던 내용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한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통 강화'를 약속하면서도 시작부터 질의응답이 불가능한 국무회의 모두발언 형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당초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 방식 등도 검토했지만 결과적으로 불발됐다.

윤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 △물가 관리 △건전 재정 확립 △부동산 시장 정상화 △늘봄학교 등 현 정부의 성과를 설명한 뒤 "미흡했다"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표현하는 방식을 택한 점에 대해서는 내부에서조차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부족함을 인정하긴 했으나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설파하면서 반성의 메시지가 오히려 흐려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우제윤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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