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성찰 없었다…민심은 틀렸다는데 “국정 옳았다”

이승준 기자 2024. 4.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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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국정 쇄신책 내놓지 않은 채
2년 정책 나열하며 ‘성과 있었다’ 자찬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생중계 머리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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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엿새 만인 16일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은 소통과 세심함이 부족했을 뿐 국정 기조엔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민들이 여당에 참패를 안기며 윤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 전반을 바꾸라고 강력히 경고했음에도, 경로 수정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12분가량 생중계된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세심·세밀함과 배려 부족을 언급하며 민생과 소통,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비공개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 못 할 게 뭐 있느냐” “매서운 평가의 본질은 더 소통하라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윤 대통령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회초리를 맞는 경우를 예로 들며 “회초리를 맞으면 아프니까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손을 모아 빌면서 용서를 구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매를 맞으면서 내가 뭘 잘못했고,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반성을 한다면 어머니가 주시는 그 사랑의 회초리의 의미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발언 전반의 방점은 지난 2년간 국정 운영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그는 “부동산 3법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도 완화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했다”, “탈원전으로 망가진 원전 생태계를 살리고”, “사교육 카르텔을 혁파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등 △부동산 정책 △탈원전 정책 폐기 △교육 정책 △물가 관리 △건전 재정 △공매도 금지 같은 정책을 세세히 거론하며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 대신, “서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 “보완해야 될 부분이 많다”며 문제를 ‘성과 부족’과 소통으로 돌렸다.

폭등하는 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수출이 되살아나면서 경제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며 “경제 회생의 온기를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확산시키는 데까지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아무리 국정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고 해도”라는 말을 반복하며,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극복하는 데 부족함이 많았다”고도 했다. 또 총선 전 24차례나 실시하며 야당으로부터 ‘관권 선거’라는 비판을 받은 민생토론회를 재개하겠다고 밝히며, 장관들에게 “21대 국회가 종료되기 전까지 추진 중인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독려했다. ‘정권 심판’으로 나타난 총선 결과에서 확인된 민심은 기존 정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이 아니라 국정 방향이 틀렸으니 바꾸라는 뜻인데, 윤 대통령은 전혀 동떨어진 답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 뒤인 지난해 10월18일 윤 대통령이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 챙겨야 한다”고 한 뒤에도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과 유사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국정 기조나 방향이라는 것은 지난 대선을 통해 응축된 국민의 총체적인 의견이다. 그 뜻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거 때문에 국정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정 기조 변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기술적 문제나 소통, 예산, 입법 문제는 잘 조화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머리발언의 6분의 1가량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경제에 미칠 우려와 정부 대비에 할애하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 태세를 유지해달라”며 경제·안보 위기를 부각했다. 총선 이후 레임덕 위기에 휩싸인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공직 사회의 일하는 분위기를 잡아달라. 기강이 흐트러진 게 없는지 늘 점검해달라”는 지시도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기보다는 남 탓을 하는 듯한 발표였다. 대통령은 열심히 했는데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기술적 문제가 있다고 본 것 같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반성, 성찰을 통해 나아가는 게 아니라, (국민과 상관없이) 직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도 “98%는 다 훌륭한데 2%는 부족하다는 ‘자화자찬성 사과’”라고 비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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