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소송 매달린 정부 … 이자만 벌써 560억 넘어

박민기 기자(mkp@mk.co.kr), 이승윤 기자(seungyoon@mk.co.kr) 2024. 4.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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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1760억 반환해줘라"
대법 판결에도 지급 미뤄
지난해 추가소송 1심패소
오는 6월 서울고법서 2심
장기전 땐 이자 年184억
법조계선 승소에 회의적
"소송 포기하는게 더 현명"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1600억원대 세금 반환 청구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지연 이자가 실시간으로 늘고 있다. 15일 기준 이자만 600억원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 민사 14-1부는 오는 6월 허드코파트너스포코리아리미티드, 론스타펀드포(유에스)엘피 등 론스타 펀드 관련 법인 9곳이 한국 정부와 서울시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의 2심 변론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때 론스타와 정부 측 최종 입장을 청취하고 변론 종결 후 선고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앞서 1심은 지난해 6월 정부가 론스타 측에 세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론스타가 정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청구한 원금은 각각 약 1535억원과 152억원이다.

벨기에에 지주회사를 설립한 론스타는 2003년부터 외환은행 등을 사들인 뒤 이를 매각하면서 약 4조6000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그러나 론스타 측은 당시 한국·벨기에 조세조약을 근거로 별도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외환은행 주식 매각 관련 매각대금의 11%를 원천징수 형태로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세무조사를 진행한 과세당국은 벨기에 회사를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도관회사(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규정하고 론스타가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다며 소득세와 법인세 등 납부를 고지했다. 이에 불복한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2017년 "미국 내 본사에서 투자가 이뤄진 건으로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약 1760억원으로 책정된 법인세 부과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 후 정부는 아직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론스타 측에 약 228억원을 돌려주는 데 그쳤다. "원천징수 관계가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원천납세의무자인 론스타 측은 이미 원천징수된 세액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 측 입장이다. 론스타 측은 정부가 가져간 나머지 부당이득금을 모두 돌려달라는 취지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자다. 정부가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론스타 측에 대한 반환을 미루면서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론스타 측은 처음부터 소송촉진법에 따라 연 이자율 12%를 적용해달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정부의 반환 이행 의무 존재 여부나 범위를 다툴 여지가 일부 있다"며 대법원 판결 이후인 2018년 1월부터 민사소송 1심 선고가 나온 지난해 6월까지 이례적으로 연 5% 이자율을 적용했다.

이후 같은 해 7월부터 완전 반환 시까지는 연 12% 이자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론스타 측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는 이자율에 따라 지난 15일 기준 각 약 420억원, 약 146억원으로 총 56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가 항소심에도 불복해 상고심으로 이어지면 이자는 더 늘어나게 된다. 재판이 길어질수록 이자로만 매년 약 184억원이 추가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어질 민사소송 2심 등 재판에서도 론스타 측의 승소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힘을 실으면서 정부가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소송전을 포기하고 적절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대법원과 민사소송 판결이 같은 방향으로 나온 만큼 정부는 결국 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어차피 인지세와 변호사 수임료 등 비용 부담이 없으니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재판을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정부 측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담당자가 있을 텐데 시간을 끌면서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이라도 소송전을 포기하고 세금을 반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민기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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