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尹 장점은 다 어디로 갔나[핫이슈]
그리고는 이틀 뒤 화재가 난 충남 서천시장에서 눈발이 내리는 가운데 점퍼만 걸치고 상념에 잠긴 채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당정 분열이 최고조에 달한 이 장면을 두고 본인은 ‘카노사의 굴욕(Humiliation of Canossa)’이라는 표현을 썼다. 현 상황이 약 950년 전 역사처럼 흘러가는 듯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 한 위원장은 어려운 만남을 겪고나서 윤 대통령 신임을 회복했고, 이후 민주당의 ‘뻘짓’ 속에 여당 지지율이 상승했다. 굴욕 당한 하인리히 4세가 자신에 모욕을 준 교황을 내치고 신권(神權)까지 장악했듯이 한 위원장도 총선 승리와 그 너머의 길을 가는 듯했다.
이후 총선 사령탑인 한 위원장에게 관심이 집중된 반면 윤 대통령은 사고치는 일에 주로 나타났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과 이종섭 주호주 대사 사퇴, 대파 가격 논란, 의대 증원 건이다. 이는 윤 대통령만이 아니라 결국 총선에서 한 위원장 발목을 잡았다. 물론 한 위원장이 정책 비전 대신 야당 공세만 앞세우고, 일부 공천 잡음, 싸움닭 언행 같은 자체 실책도 있었다.
대통령 당선 후 도어스테핑을 시행하다가 곧 포기했고 이를 계기로 기자회견도 사라젔다.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에 비해 능란한 말발로 국민과 소통하며 설득할 능력이 있었지만 부인 관련 일들 때문인지 그런 장점을 쓰지 못했다. 본인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해도 많은 국민이 고개를 갸우뚱할 일은 안 하는 게 나은데도 이를 회피할 정무적 감각이 없었다. 옆에서 쓴소리를 해줄 인사도 없었던 모양이다. 검찰 생리대로 그는 밀어붙이면 될 줄 알았을지 모른다.
옆에 쓴소리하는 참모를 두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본인이 얼마나 바뀔지 미지수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국민과 직접 소통해 국민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법밖에 없다. 야당 공세 수위가 더 높아질텐데 이것 역시 높은 국민 지지를 얻어 돌파해야 한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더 자주 국민 앞에 나와야 한다. 선거 때 각본이 짜여진듯한 민생토론회 같은 것 말고 대통령의 진솔한 뜻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은 윤 대통령 입장을 전달해줄 기자들과의 스킨쉽이고, 기자회견 활성화, 도어스테핑 부활 등이 될 수 있다. 야당 주도의 국회 독선이 더 심각해질 상황에서 돌파구는 국민을 내편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과거 윤 대통령이 호감을 샀던 장점들을 살려나갔으면 한다. 소탈함과 솔직함, 당당함, 위트와 거침없는 말솜씨...거기에다 자기 반성과 경청을 더해야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12일 “적어도 국민 앞에 털털하고 솔직하고 과단성 있을 줄 알았던 대통령이 무슨 일이 생기면 하릴없이 숨어서 뭉개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본인 장점을 너무 잊고 지냈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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