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삼성전자·TSMC 투자' 바이든 성명 비교해 보니

김지성 기자 2024. 4. 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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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15일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규모를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400억 달러 이상 투자하는 것에 대한 보조금으로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에 의거해 64억 달러(8조 9,000억 원)를 지원한다는 내용입니다. 한 달 전 블룸버그통신이 미국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던 60억 달러보다 4억 달러 늘어난 액수입니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인 인텔과 타이완 기업인 TSMC에 대한 보조금 규모를 먼저 발표했습니다. 인텔에 대한 보조금은 85억 달러, TSMC에 대한 보조금은 66억 달러였습니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첨단 반도체 기술을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한 세 번째이자 삼각축의 마지막 완성이 되는 투자"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공장

바이든, TSMC에 "반도체 생산량 회복을 위한 기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TSMC와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발표에 맞춰 각각 성명을 냈습니다. TSMC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이 나온 건 일주일 전인 지난 8일이었습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미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외국 기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주는 데 대한 대국민 설득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반도체를 발명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 세계 생산량의 40%에 육박하던 미국의 생산량이 10% 남짓으로 줄었다"고 했습니다. "최첨단 반도체는 생산하지 못해 경제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취약성을 드러냈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게 반도체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국 내 최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TSMC와 예비 합의를 발표하게 됐다"면서 "이번 투자(보조금 지원)로 TSMC는 피닉스에 세 번째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애리조나주에 대한 총 투자를 650억 달러로 늘리고, 25,000개의 직접 일자리와 수천 개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TSMC는 이미 400억 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팹 두 곳을 건설 중입니다. 여기에 250억 달러를 더 투자해 2030년까지 2나노 공정이 활용될 세 번째 팹을 짓는다는 게 TSMC의 계획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시설에서 세계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년 반 전에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TSMC의 첫 번째 팹을 둘러본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TSMC 투자에 대한 성명(왼쪽)과 삼성전자 투자에 대한 성명

삼성전자엔 "가장 강력한 반도체 생산…기쁘다"


삼성전자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방문 경험으로 시작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제조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반도체법에 서명했는데, 하지만 법이 통과되기 훨씬 전부터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방문을 언급한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5월 방한 때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시찰했습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TSMC 본사가 있는 타이완은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운 중국의 반발 때문입니다. 타이완을 방문한 역대 미국 최고위급 인사는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었습니다. 타이완이 아닌 미국에 있는 TSMC 현지 공장을 가 본 것과, 한국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 공장을 가 본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을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제조 시설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삼성의 첨단 반도체 제조·연구개발을 텍사스에 유치하기 위한 예비 합의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적었습니다. '기쁘다(I'm pleased)'라는 표현도 TSMC 성명에서는 볼 수 없었던 표현입니다. 그러면서 "삼성은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텍사스 중부의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 역할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소 21,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1996년부터 텍사스주 오스틴시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해 온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시와 가까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추가로 새 공장을 짓고 패키징 시설과 연구개발 시설을 신축하는 등 투자 규모를 4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시설은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에 필수적이며 미국의 국가 안보를 강화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반도체 생산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삼성의 미국 투자 발표는 나의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미국 투자)' 의제와 한미 동맹이 미국 구석구석에서 어떻게 기회를 창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본보기"라는 말로 끝을 맺습니다. TSMC에 대한 성명이 '드라이'했다면, 삼성전자에 대한 성명에선 인텔-TSMC-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투자 삼각축이 완성된 이후여서 그런지 한층 고무된 느낌입니다.

텍사스주 오스틴시 삼성전자 공장

투자 대비 보조금 비율 TSMC 10% vs 삼성전자 16%


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호적 대우는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에서도 드러납니다. 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64억 달러)은 인텔(85억 달러), TSMC(66억 달러)보다는 적지만, 이들 기업들이 투자하기로 한 금액과 비교하면 순위가 달라집니다. 인텔은 1,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만큼 투자 대비 보조금 비율은 8.5%입니다. 65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TSMC는 10.15%, 400억 달러 이상 투자하기로 한 삼성전자는 16% 수준입니다. 삼성전자가 인텔, TSMC보다 적게 투자하고도 상대적으로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된 셈입니다.

삼성전자를 끝으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 발표는 일단락됐습니다. 미국은 보조금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대결이 격화하자 첨단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른바 '미국 반도체 자국주의'입니다. 실제 이번 기업들의 투자 계획 발표로 미국의 반도체 자급망의 밑그림이 완성됐습니다. 엔비디아, 구글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칩을 설계하고, 인텔, 삼성전자, TSMC 등이 파운드리에서 생산해 첨단 패키징 공장에서 조립하면, 메타, 구글, MS, 테슬라 등이 이를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포진한 미국의 공급망에 참여함으로써, 고객사를 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삼성전자 경계현 사장은 텍사스 현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삼성은 설계부터 완성까지 미국산 칩의 길을 열어갈 것이며, 미국 전역의 고객, 공급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를 실현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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