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가성비 전쟁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4. 4. 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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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허공에 돈을 뿌리는 일이다.

한 발에 수십억 원씩 하는 미사일이 창공을 가르면, 이걸 요격할 수십억 원짜리 다른 미사일이 뜬다.

공중에서 두 개의 미사일이 폭발하는 순간, 몇 초 만에 수십~수백억 원이 사라지고 만다.

미사일 99%를 격추시켰다며 기술력을 자랑한 이스라엘은 5시간의 폭격을 막는 데 1조4000억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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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허공에 돈을 뿌리는 일이다. 한 발에 수십억 원씩 하는 미사일이 창공을 가르면, 이걸 요격할 수십억 원짜리 다른 미사일이 뜬다. 공중에서 두 개의 미사일이 폭발하는 순간, 몇 초 만에 수십~수백억 원이 사라지고 만다.

이란이 13일 밤(현지시간) 무인기(자폭드론)와 미사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했다. 미사일 99%를 격추시켰다며 기술력을 자랑한 이스라엘은 5시간의 폭격을 막는 데 1조4000억원을 썼다. 이란도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렀을 것이다. 서방 제재로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데, 이란의 행태를 보면 체면치레 때문에 마지못해 공격한 기색이 역력하다.

요즘 전쟁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자폭드론과 인공지능(AI)이 접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판도를 바꿀 만큼 영향력도 크다. AI는 최적의 침투 경로를 알려주고, 적들만 골라 사살할 수 있게 찍어준다. 비행거리가 길어진 자폭드론은 지금도 전장 곳곳에 무차별 투하되는 중이다. 2년을 넘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장은 매달 몇만 대가 날아다니는 '드론 전쟁'이 된 지 오래다.

미국과 서방의 돈줄이 끊기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기 시작한 것도 눈에 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미국제 드론 대신 중국제가 인기라고 한다. 미국산이 러시아의 전파 방해에 대응하지 못하는 등 결함이 많아 외면받고 있는 반면, 대당 수천만 원씩 저렴한 중국 DJI 제품은 성능이 뛰어나 대체무기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영국은 현재 개발 중인 10파운드짜리 레이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단돈 1만7000원으로 수천만 원짜리 러시아 드론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성비 끝판왕'이다. 1㎞ 밖의 1파운드 동전을 맞힐 수 있을 만큼 정확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혁신으로 전쟁 비용이 줄어드는 게 반길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자칫 더 잦은 전쟁, 더 많은 희생을 낳지 않을까. '가성비 덕분에'가 아니라 '가성비 때문에'가 될까 두렵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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