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만 호구”…MRI 비용 3배 납부, 알고 보니

강윤서 기자 2024. 4. 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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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환자 “병원, 건보 비대상이라며 진료비 고의로 부풀려”
심평원 “6년 간 비급여 진료비 환불 금액 107억원”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에 반대하며 사직한 전공의들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에 대한 고소를 예고하는 등 의정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15일 서울 소재 대학 병원에서 한 의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 번 양보해도 전문병원에서 몰랐을 리 없는데…"

한 달 전 관절 전문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박현수(가명·58)씨는 과잉 진료비 납부를 가까스로 피했다며 안도하면서도 병원의 고의적인 환자 기만 행태에 울분을 토했다. 박씨가 진료 받은 자기공명영상(MRI) 항목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만 병원이 이를 비급여로 처리해 3배 이상의 진료비를 청구하면서다.

16일 시사저널과 인터뷰한 박씨는 지난달 5일 '반월상 연골 파열'로 서울의 한 관절·척추 전문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았다. 반월상 연골 파열은 운동 중 무릎이 뒤틀려 발생하거나 고령 환자의 경우 연골이 얇아지면서 특별한 외상 없이도 생길 수 있는 증상이다.

박씨는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아내를 간병하던 중 무릎 통증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지난 2월14일 무릎이 아파 관절 전문으로 알려진 병원을 찾아가 MRI를 찍었다"며 "첫 외래 이후 약 3주 뒤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진료비였다. 병원은 첫 외래 날 비급여로 처리된 MRI 진단료를 포함해 총 39만8500원을 청구했고 박씨는 이를 바로 납부했다. 그는 "보통 MRI 비용은 비급여로 알고 있어서 당연히 병원이 청구한 금액에 문제가 없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뒤늦게 해당 진료가 건보 급여 항목임을 알게 됐다. 박씨는 "수술을 마친 뒤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무릎 연골 파열은 건보 급여 처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곧바로 (수술 받은) 병원에 전화해보니 병원에선 별다른 변명이나 놀라는 기색, 사과 한 마디도 없이 진료비를 환불해주겠다고 했다"며 당혹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병원은 박씨의 요청으로 총 27만5800원을 환불했다. 이에 따라 MRI 최종 납부액은 기존 금액의 3분의1 수준인 12만2700원으로 줄어들었다. 

박씨가 앓았던 관절 및 척추 질환은 MRI 건보 급여로 전환된 대표적인 질병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 해당 질병이 수요가 많고 진단 효과가 높다고 판단해 보험 급여를 적용했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고시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의 일부개정 내용에 따르면, 무릎 관절질환은 퇴행성·만성이 아닌 '급성'인 경우에 한해 최초 1회 검사는 MRI 급여 대상이다. 

반면 비급여로 바뀐 질병으론 뇌질환과 무관한 단순 두통과 어지럼으로 인한 뇌·뇌혈관 MRI 검사 등이 있다. 이러한 질병은 지난해 10월부터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21일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주제로 스물두 번째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급여 진료비 민원 매년 '2만 건 이상'…환불 비율 21%

통상 고액인 MRI 검사는 대부분 건보 비급여 항목이지만 보험이 적용되는 질병도 있다. 그러나 환자들 사이에선 비급여 항목이 급여로, 혹은 역으로 전환되는 사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진료비 과다 청구에 쉽게 노출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씨는 "상식적으로 무릎 수술을 한 두 번 한 곳도 아닌 관절 전문병원에서 (진료비 청구를) 실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가 직접 환불 요청하지 않았다면 병원이 (진료비를) 그대로 삼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운이 좋았던 저와 달리, 본인 MRI가 급여인지 모르는 사람만 바보 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차피 병원은 개인과 건보공단 중 어디에 청구하든 손해 보는 입장도 아닐 텐데 왜 개인한테 피해주는 일을 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박씨처럼 급여 적용 항목임에도 비급여 진료비를 청구 받아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연간 수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6년 간(2018~2023년) 진료 이후 지불한 비급여 금액에 대한 환불을 요청한 민원 총 15만3735건(연평균 2만5623건)에 달했다. 이 중 환불된 사례는 3만2670건으로, 환불 건수 비율이 21.2%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보면, 6년 동안 심평원에 확인을 요청한 비급여 총액은 3103억6076만원이다. 이 중 총 107억2833만원이 환자에 최종 환불 처리됐다. 연평균 17억원 안팎의 규모다. 2023년 한 해만 놓고 보면 제기된 민원 금액은 528억7848만원 중 15억4839만원이 환불 처리됐다. 

심평원에선 병원이 비급여로 처리한 진료에 대해 별도 확인 작업을 시행하지 않는다. 심평원 관계자는 "요양급여 대상에 대해서만 심사하고 있기에 비급여 진료 심사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국민이 지불한 비용 중 비급여 진료비가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맞게 부담됐는지를 확인하는 '진료비 확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료비 확인 제도에 대해선 "확인 요청 접수가 있는 경우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확인한다"며 "더 많이 낸 비용을 (돌려)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권리 구제제도"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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