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빗장 열렸지만 은행권 ‘미지근’…중소업체는 초긴장

정윤성 기자 2024. 4. 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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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리브엠’ 정식 부수업무 지정…은행권 진출길 열려
매년 적자 봐도 이득?…“고객 유치 효과 무시 못해”
은행권은 계속 저울질…아직 사업성 검증 안 돼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이 은행 정식 부수업무로 지정되면서 다른 은행들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우리은행도 이르면 상반기 내 알뜰폰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 가운데, 금융권은 알뜰폰이 '비금융 먹거리'가 되긴 이르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내 한 휴대폰 판매점의 모습 ⓒ연합뉴스

금융-통신 시너지 극대화…고객 데이터도 알짜배기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KB국민은행이 신청한 알뜰폰 사업 '리브엠'에 대해 사전신고가 필요 없는 은행 부수업무 지정을 공고했다. 이에 따라 다른 은행들은 별도의 신고 절차 없이 알뜰폰 시장에 정식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리브엠은 지난 2019년 금융업 관련 부수 업무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혁신금융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돼 금융위로부터 한정 사업 특례를 받아 운영돼 왔다. 당초 지난해 4월 지정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규제 개선을 금융당국에 요청했고, 당국이 부수업무 신고까지 받아들이면서 은행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길이 열리게 됐다.

국민은행이 알뜰폰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것은 금융업과 통신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서다. 특히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다. 주로 금융상품과 연계한 할인 요금제 출시 등 각종 금융 연계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은행 본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령 리브엠을 가입하기 위해선 본인명의의 KB국민은행 예금 계좌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은행 고객과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적합하다. 또 은행의 비금융 데이터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만큼 이렇게 확보한 고객들의 통신 데이터를 톡톡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국민은행이 리브엠 사업에서 매년 1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사업을 유지하는 데엔 이러한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리브엠은 4년의 운영 기간 동안 약 40만 명의 고객을 끌어 모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알뜰폰 이용자 수는 약 884만 명으로 리브엠 가입자 수는 5% 수준이다. 하지만 알뜰폰 시장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동통신 3사 계열을 제외하면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만큼 사업을 확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고객 유치 효과를 누리겠다는 복안이다.

ⓒKB국민은행 제공

'은행 알뜰폰' 경쟁 커진다?…오히려 발 빼는 은행들

국민은행이 리브엠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보이자 다른 은행도 알뜰폰 시장에 참여할지 관심사다.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이 사업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는 반면 다른 은행들은 미온적인 반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알뜰폰 사업 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 공고를 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알뜰폰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사업 진출을 준비해왔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이르면 상반기 내 서비스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에선 사업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수업무 지정이 됐다고 당장 알뜰폰 사업을 새롭게 시작할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관련 부서 차원에서 말 그대로 고려 정도를 해보는 단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알뜰폰 사업에 간접적으로 진출했던 은행들은 사실상 발을 뺀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배달앱 서비스 '땡겨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KT와 손잡고 선보인 알뜰폰 요금제 서비스를 지난해 중단했다. 하나은행도 알뜰폰 비교 플랫폼 고고팩토리와 제휴를 맺고 출시한 할인 요금제 서비스를 종료했다. 직접 사업에 뛰어든 국민·우리를 제외하면 5대 은행 중에선 NH농협은행만이 알뜰폰 사업자 프리텔레콤과 제휴를 통한 NH올원 요금제 서비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자동현금인출기(ATM) 모습 ⓒ연합뉴스

"비금융 먹거리 아직 아냐"…사업성 검증 필요

다른 은행들은 사업성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초기 가입자를 다수 확보하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을 가져야 하지만, 비용이 부담이다. 이통사에 망 공급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자들과 가격 경쟁을 펼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거대 자본을 가진 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생사기로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서비스 초기 공격적인 저가 마케팅을 펼치면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국도 이를 고려해 국민은행의 알뜰폰 부수업무 지정을 승인하면서 운영 현황을 매년 보고하도록 했다. 과당 경쟁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또한 알뜰폰 시장 내 상생을 유지하기 위해 망 도매대가 대비 가격 비율 등 통신상품 가격 정책 등도 매년 알려야 한다. 할인금액 등을 반영한 최종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저가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이 성공적으로 금융서비스와 연계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시장의 후발주자가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리브엠 이상의 뾰족한 수가 없이 발을 들이기엔 따져볼 것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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