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읍에서 ‘초월’ 상호 못쓴다…경고장 받은 식당들, 무슨 일?

권상은 기자 2024. 4. 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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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초월’ 상표등록자 경고장 보내
“사용 중지, 300만원 합의금 내라”
업주들 “황당하고 억울” 하소연
경기 광주시 초월읍 일대. /광주시

경기 광주시 초월읍에서 5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경고장’이라고 적힌 내용증명을 받았다. 상호에 들어간 ‘초월’이 등록상표이니 사용을 중지하고 손해 배상을 하라는 것이었다. 경고장은 A씨뿐 아니라 초월읍 일대에서 ‘초월’ 상호를 쓰는 식당·카페 업주 등 10여 명에게 날아왔다. 다른 지역에서 ‘초월’ 상호를 쓰는 업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경고장은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신모씨의 위임을 받은 법무법인이 보냈다. 신씨는 2021년 4월 5일 자로 음식점 등을 지정해 ‘초월’ 상표를 등록했다. 신씨는 ‘초월’ 상호를 매장 간판, 홈페이지, 인터넷 검색 결과 등에서 제거·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 3년간 상표권 침해에 따른 합의금 300만원씩을 지급하지 않으면 상표권 침해로 얻은 이익 전부를 손해액으로 청구하는 소송을 내겠다”고 했다.

신씨가 특허청에 등록한 상표는 한글 ‘초월’이었다. 글꼴이 특이하다거나 다른 문양이 추가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오랜 역사가 있는 지명(地名)이어서 초월읍 업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상표법에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은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다만 경기, 광주 등과 달리 읍(邑)의 이름인 ‘초월’이 ‘현저한’ 것인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신모씨가 2021년 특허청에 등록한 '초월' 상표.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홈페이지

신씨는 서울 홍대입구 먹자골목에 본점을 두고 다른 이름의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씨는 2021년 ‘초월’이 들어간 외식업 개인사업자를 등록했으나 2023년 7월 폐업했다. 실제로 등록상표 ‘초월’을 사용해 영리 행위를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A씨는 “동네 이름을 남보다 먼저 상표로 등록했다고 그 동네 사람들에게 합의금을 내놓으라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더구나 3년 동안 묵혔다가 기습적으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행태는 익숙한 상호를 업주들이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했다. 또 ‘OOO 초월점’ 같은 프랜차이즈 업소는 ‘지명 표기’로 판단했는지 경고장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초월읍 업주들은 긴급 모임을 갖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들이 자문한 변리사는 “초월은 지명이어서 상표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신씨의 상표 등록 이전부터 상호로 썼다는 점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업주 B씨는 “설사 신씨의 상표권이 인정되더라도 우리는 침해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며 “불특정 다수를 압박해 300만원씩 뜯어내자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씨 측 변호사는 “신씨의 의뢰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초월’ 상호를 쓰는 전국 음식점 등 100여 곳에 같은 경고장을 보냈다”며 “초월읍 지역 업주들이 초월이라는 상호를 쓰는 것도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상표권을 침해했더라도 합의금만 내면 상호를 계속 쓰도록 허용하되, 수용하지 않으면 위임인의 의사에 따라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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