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권 감독 'ABS 오심'에 "이전부터 문제제기, 방지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창원 현장]

창원=양정웅 기자 2024. 4. 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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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창원=양정웅 기자]
NC 강인권 감독(왼쪽)이 14일 대구 삼성전 3회말 2사 2루에서 ABS 관련 항의를 하고 있다.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의 판정을 심판이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말을 맞추는 정황까지 나온 희대의 사건에 NC 다이노스가 피해를 입었다.

강인권(52) NC 감독은 1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발생하기 전에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NC는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경기에서 5-12로 패했다. 전날까지 4연승을 달리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NC는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정리하고도 찝찝한 마무리를 하게 됐다.

문제는 결과보다도 실점 과정에 있었다. NC가 1-0으로 앞선 3회 말 2사 1루, 선발 이재학은 이재현를 상대로 1스트라이크 0볼 상황을 맞이했고 2구째 시속 137km의 패스트볼이 바깥쪽으로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1루 주자 김지찬이 2루 도루를 시도했고, 최초 아웃 판정을 받았으나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로 정정됐다.

그런데 5구째 이재학이 스트라이크를 던진 후 문제가 일어났다. 2구째 공에 심판은 볼로 선언했으나, ABS로는 스트라이크였던 것이다. KBO가 각 구단에 한 대씩 지급한 태블릿 PC에 이렇게 나온 것을 확인한 강 감독은 곧바로 더그아웃에서 나와 심판진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중계화면과 전광판에는 2스트라이크 3볼로 나왔으나, 사실 이미 삼진으로 끝났어야 했다.

강인권 감독의 항의가 끝나자, 이번에는 삼성 박진만 감독이 NC의 뒤늦은 이의제기에 제동을 걸었다. 볼카운트가 잘못된 걸 알았으면 즉시 어필해야 했다는 취지였다. 결극 심판은 합의 끝에 이의제기가 늦었다고 판단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맨 왼쪽)이 14일 대구 삼성전 3회말 2사 2루에서 나온 NC 측의 ABS 관련 항의에 재차 어필하고 있다.
NC 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에 대한 결과가 더그아웃에 설치된 태블릿 PC에 바로 찍히진 않는다. 현장 스태프에 따르면 투수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몇 초 뒤에 결과가 나온다고 말할 순 없지만, 평균적으로 15~20초의 딜레이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니 우리도 바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강 감독은 "인사위원회도 열리고 있고 한데 제가 그 부분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발생하기 전에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많이 안타깝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시범경기를 통해서 ABS에서 태블릿 PC로 전송되는 시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며 "KBO에서도 분명 인식하고 있었고, 시즌이 시작하면 개선될 거라고 했는데 일찍 개선되지 않은 부분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KBO에서 전날 대책으로 마련한 더그아웃 음성 수신기 설치에 대해서도 "일찍 해주셨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리라는 안타까움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강 감독은 "누구의 잘못을 떠나서, 그런 상황을 안 만들었어야 하는 게 맞다"고도 덧붙였다.

'볼카운트를 언제 인지했느냐'는 질문에는 "2번째 공이 스트라이크라고 육안으로 판단했다"면서 "뒤에 볼카운트가 제가 생각한 것과 달라서 그때 태블릿 PC를 확인했고, 정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어필을 했다"고 했다.

강 감독은 긴 항의로 인해 흔들렸던 투수 이재학에 대해서는 "컨디션이 흔들렸고, 어필이 길어지며 리듬을 깬 부분이 있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다만 이재학 본인은 "지나간 건 다 잊으려고 생각한다"면서 "많이 아쉽지만, 내일이 있고 다음이 있기에 더 좋은 피칭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날 심판 합의 후 이민호 심판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방금 상황을 설명하겠습니다. 김지찬 선수의 도루 때 투구한 볼이 심판에게 음성으로 전달될 때는 (결과가) 볼로 전달됐습니다. ABS 모니터에는 스트라이크로 확인돼 NC가 이 부분을 어필했지만, (규정상) 그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정정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어필 시효가 지난 걸로 판단, 현재 볼 카운트(2스트라이크 3볼)대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NC는 8분 동안 강제로 공을 던지지 못했던 이재학이 이재현에게 볼넷을 내준 후 구자욱의 1타점 2루타와 데이비드 맥키넌의 2타점 적시타로 인해 3점을 내주며 흔들렸다. 이어 4회에는 이성규(1점)와 김재상(2점)에게 홈런포를 허용한 후 이재학은 그대로 강판되고 말았다.

심판들이 14일 대구 삼성-NC전 3회말 2사 2루에서 나온 ABS 관련 NC 측의 항의에 모여 논의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심판진의 대화 내용이었다. 4심 합의 도중 이민호 심판 팀장은 "안 들렸으면 안 들렸다고 사인을 주고 해야 되는데 그냥 넘어가버린 거잖아"라고 주심의 잘못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문승훈 주심은 "지나간 건 지나간 걸로 해야지"라며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이민호 심판은 "음성에는 볼로 나왔는데 모니터에는 스트라이크가 찍혔다"고 말했다. 이어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하세요). 아셨죠?"라며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갈 궁리는 그거 밖에 없는 거에요"라며 은폐가 의심되는 발언을 했다.

KBO는 오심을 인정했다. KBO 관계자는 14일 NC-삼성전이 끝난 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재학의 2구째 공은 ABS에서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 ABS 진행 요원도 해당 판정을 스트라이크로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심판에게만 스트라이크라는 말이 볼로 전달될 수 있냐'는 물음에 ABS 시스템을 운영하는 쪽에서는 그런 오류가 날 확률은 너무 낮다고 했다. 우리(KBO)도 ABS의 시스템상 오류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NC는 이날 KBO 측에 정식 항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창원=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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