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국민께 죄송"…'국정기조 유지·소통 강화' 방점
영수회담 수락 시사…尹 "국민 위해서 뭔들 못하겠나"
"민생토론회 지속…기자회견 등 검토"
인선·조직개편 시일 소요될 듯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이번 총선에서의 여당 참패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대국민 사과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국정기조의 큰 틀은 유지하되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마련과 야당과의 협치,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유연하게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인선이나 조직개편은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에 대해 "국정 변화 기대를 철저히 외면했다"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과 참모회의에서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윤 대통령은 또 "선거 결과는 한편으로는 당이 선거운동 평가를 받은 것이지만 한편으론 정부의 국정운영이 국민들로부터 매서운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 매서운 평가의 본질은 더 소통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얼마나 어떻게 잘하는 것이 국민 회초리를 맞으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첫 입장을 내면서 이날 생중계되는 국무회의를 통해 국정 쇄신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국정운영 기조는 유지하되, 미흡한 부분은 유연하게 보완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제 분야에서의 건전재정과 자유시장경제체제 강화, 민간 주도 성장, 원전 생태계 복원,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한미동맹 강화 등 국정 방향은 옳다는 판단에 따라 굵직한 국정운영 기조는 유지하되, 그동안 지적된 '소통 부족' '체감할 만한 성과 실현' 등 문제를 개선해 나가고 국정을 유연하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며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 방향은 옳지만 국정 운영 스타일, 소통 방식에 문제 있지 않느냐' 하는 게 절대 다수 의견 같다"라며 "국정 기조 방향은 지난 대선을 통해서 응축된 국민의 총체적인 의견이고 그 뜻을 받아서 윤석열 정부가 집권했고 그 뜻에 따라서 국정 운영하기 때문에 단순한 사건이나 선거 때문에 국정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우리가 추진해온 국정 기조나 원칙·방향은 가져가되, 그간 제기된 기술적 문제, 소통 문제, 지역 예산 문제, 입법 문제를 잘 조화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쇄신 방안으로 '소통 강화'를 가장 강조했다.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고 앞으로 대통령인 저부터 소통을 더 많이 더 잘해나가겠다"며 국무위원들에게 "국민과의 소통을 비롯해서 소통을 강화해 달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왜 해결이 어려운지, 대안을 어떻게 마련해 나갈지도 하나하나 설명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로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소통'의 일환으로는 24차례 진행된 민생토론회를 향후에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장에서 현안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민생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민생 토론회는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야당 대표와의 회동도 사실상 전격 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제1야당 대표와 한 번도 공식 회담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유지되면서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안팎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바라시는 변화가 무엇인지, 어떤 것이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인지 더 깊이 고민하고 살피겠다"며 "민생을 위한 것이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 점을 강조하면서 "이 말씀에 다 포함돼 있다"라며 "누굴 만나느냐는 모두가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제 조율 등을 위해선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여당 새 지도체제가 출범하는 등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 외에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 재개나 기자회견 등 다양한 소통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두고 야당에선 비판이 나왔다. 특히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선 '사과' 언급이 없었고 야당과의 협치에 대해서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라며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은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는, 조금이라도 국정의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불통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 대신,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놓았다(한민수 대변인)"고 지적했다. 녹색정의당도(김민정 대변인)도 "역시나 반성과 국정 쇄신의 약속은 없었다. 국정 방향은 올바른데 국민이 몰라준다고 국민 탓하며 변명 일색이니 분노하기도 지친다"라고 혹평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은 국민께도 전달되지만 국무위원이 함께 자리해서 장관들에 대한 메시지도 되기 때문에 국정 운영 차원에서 메시지 중점을 두고 발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 쇄신의 가늠자가 될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은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집단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 이관섭 비서실장 등 고위급 참모진 후임자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또 대통령실은 공직사회 기강을 점검하는 민정수석실과 같은 조직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이를 검토 중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국무위원들을 향해 "민생 안정을 위해 공직사회에 일하는 분위기를 잡아주기 바란다. 아울러서 기강이 흐트러진 것이 없는지 늘 점검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전날(15일)에 이어 거듭 당부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적 쇄신에 대해 "주요 인사에 대한 인사 얘기가 나오고 조직 얘기도 나오는데 이 부분들은 잘 살펴보겠다"라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결정할 일은 아니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 잘 판단해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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