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전 최소 8시간 금식 … 물도 마시면 안될까?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4. 4. 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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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건강 정확히 확인하려면
혈당·중성지방 수치 파악부터
최소 8시간 공복상태 유지해야
당뇨·동맥경화 대비할 수 있어
국내선 모든 음식물 금식 권유
일본은 "물은 마시는 게 좋아"
검진 전 운동땐 저혈당 될수도
게티이미지뱅크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건강검진을 계획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건강검진은 날짜가 잡히면 궁금한 점이 많아진다. 검사 당일 아침에 '꼭 금식을 하라'는 안내를 받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며 몇 시간 동안 금식을 해야 할까. 또한 평소 복용하고 있는 약은 먹고 검진을 받아야 할까. 목이 마른데 물이나 당분이 없는 블랙커피를 마셔도 괜찮을까.

일반적으로 검진을 받기 전날 밤 9시 이후에는 금식(禁食)을 해야 하고, 검사 당일 아침에도 식사를 포함해 물, 커피, 우유, 주스 등을 일체 섭취하지 말고 흡연도 삼가라고 당부한다. 만약 오후에 검진을 받는다면 최소 8시간 이상 공복(空腹)상태를 유지해야 정확한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금식, 즉 공복은 혈액검사에서 중요하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건강검진제도를 갖고 있는 일본도 전문가들이 정확한 건강검진을 위해 공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생활습관병 예방 전문가 노구치 미도리(野口綠) 오사카대 대학원 특임 준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공복이라고 하면 '2시간 정도 식사를 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10시간 이상 금식해야 한다"며 "식사를 하면 혈당 및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해 당뇨병을 가늠할 수 있는 혈당, 대표적인 심혈관질환의 척도인 동맥경화를 알 수 있는 중성지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식사를 하면 음식에 염분이 들어 있어 혈압도 상승할 수 있다. 공복혈당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공복혈당은 식후 약 10시간 이상 지난 혈액 100㎖(1㎗)에 포함된 포도당의 양을 말한다. 기준 범위는 1㎗당 70~100㎎/㎗이며 126㎎/㎗ 이상이 되면 당뇨병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식사를 하면 혈액 속의 당이 증가하고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췌장에서 분비되어 당이 근육이나 지방 세포에 흡수된다. 일반적으로 식후에 상승한 혈당치는 약 2시간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개인차가 커서 인슐린이 바로 나오지 않거나, 분비돼도 효과가 낮은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혈당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공복뿐만 아니라 식사를 했을 때 어느 정도 혈당이 올라가는지(식후 혈당치)도 중요해지고 있다. 건강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식후 혈당치가 140㎎/㎗를 넘지 않는다.

이처럼 공복혈당치는 인슐린 기능이 중요하다. 인슐린은 '기초 분비'와 '추가 분비'가 맞물려 돌아가며 혈당을 떨어뜨린다. 예를 들어, 뇌는 유일하게 에너지원으로 포도당을 이용한다.

뇌는 자고 있을 때에도 작동을 하기 때문에 혈당이 극단적으로 적으면 뇌의 세포가 손상을 받게 된다. 따라서 식사를 하지 않는 수면 중에도 당(糖)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고, 동시에 소량의 인슐린도 항상 분비되어 혈당 조절이 이뤄지고 있다. 이것을 기초 분비라고 한다. 그에 반해 식사 후 급격하게 상승한 혈당을 제어하는 것은 추가 분비다.

당뇨병에 걸리면 우선 추가 분비가 잘 되지 않는다. 췌장의 베타 세포가 손상되면 인슐린 반응 및 분비가 지연되어 식후 혈당치가 상승한다. 이와 함께 식후 혈당치는 건강진단 검사 항목인 HbA1c(당화혈색소)로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HbA1c는 과거 1~3개월간의 혈당치 평균을 뜻하며 기준 범위는 5.5% 이하이고 6.5%를 넘으면 당뇨병일 가능성이 높다. 노구치 교수는 "공복혈당치를 보면, 아무것도 먹지 않은 공복에 혈당을 제대로 조절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면서 "상당수 건강지표는 공복혈당을 통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10시간 이상 금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식은 중성지방 검사에도 중요하다. 콜레스테롤은 식사를 해도 바로 수치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중성지방은 십이지장에서 소화액(담즙과 리파아제)에 의해 분해되어 소장에서 흡수된 후 중성지방으로 재합성되어 림프관, 흉관(胸管)을 경유해 상대정맥(上大靜脈)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식후에 바로 올라간다. 중성지방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175㎎/㎗을 넘지 않지만, 그보다 높을 경우에는 식사 때 중성지방을 너무 많이 섭취했거나, 식사 후 증가한 중성지방을 잘 처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성지방은 그동안 공복상태에서만 살펴봤지만, 최근 들어 식사 후 중성지방이 많으면 심근경색 위험이 높아진다는 역학 연구가 발표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건강검진에서 중성지방치가 공복일 때 150㎎/㎗ 이상, 식후 비공복일 때 175㎎/㎗ 이상인 경우에도 '고(高)트리글리세라이드(Triglyceride·중성지방) 혈증'으로 진단한다.

검진 당일 아침 식사를 하면 혈압도 올라간다. 혈압은 식사에서 당이나 기름을 먹어도 높아지지 않지만, 염분을 섭취하면 올라간다.

검진을 앞두고 당일 아침 목이 마른데, 물을 먹어도 괜찮을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물을 마셔도 좋다는 입장이다. 노구치 교수는 "금식이라고 해서 전혀 물을 마시지 않으면 오히려 오줌이 진해지기 때문에, 소변검사를 하면 요단백(소변에 들어 있는 당백질) 수치가 증가한다. 또한 물을 마시지 않으면 혈액이 짙어지고 헤마토크리트(hematocrit·혈액 속에 있는 적혈구만의 용적비율) 값도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커피(블랙)는 설탕이나 우유가 들어 있지 않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커피는 콩 추출액이어서 약간의 탄수화물(당질)이 포함되어 있다. 녹차도 마찬가지다.

건강검진 전날 저녁 약속이 잡혀 있는데,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검진 10시간 전까지라면 마셔도 괜찮다고 노구치 교수는 밝혔다. 그는 "검진 목적은 '평소 상태'를 보는 것이므로, 저녁에 자주 음주를 하는 사람은 금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평소 술을 좋아해 ALT나 감마(Υ)-GTP 등 간 기능 수치를 좋게 하기 위해 검진 전에 금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금주를 하면 수치가 뚜렷하게 개선된다. 간은 회복력이 강한 장기여서 1주일 정도 금주하면 수치가 어느 정도 좋아진다.

복용하는 약은 종류별로 다르다.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약을 매일 아침 먹는 경우 검진 당일에도 평소처럼 복용해도 된다. 이미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 먹지 않고 건강진단을 받고 이상치가 나왔다고 재검사를 해도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단, 혈당을 낮추는 약만은 절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식사를 하지 않고 혈당을 낮추는 약을 먹으면 저혈당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하는 운동은 검진 당일 아침에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식사를 하지 않고 운동을 하면 혈당치가 내려가기 때문에 건강 진단 당일은 쉬는 것이 바람직하다. 뇌에서 당(糖)의 필요량은 머리를 쓰든, 멍하니 있든 항상 일정하게 조절되지만, 근육을 사용하면 당의 필요량이 확 올라간다.

양형규 양병원 의료원장은 "'건강검진은 별거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검진은 현재 질병을 찾아내거나 미래의 질병을 미리 알아내 식·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발병 요인을 없애는 것"이라며 "검진 전의 주의사항을 잘 지켜서 정확한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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