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가고시마 아마미군도의 매력② '팔색조' 아마미섬

성연재 2024. 4. 1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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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일본 규슈 가고시마 남쪽 380km 아래에 있는 아마미섬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는 팔색조에 비유할 만큼 매력이 많은 신비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아마미섬을 비롯한 아마미 군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네이티브 씨 아마미' 리조트의 아침 [성연재 기자]

세계자연유산 아마미(奄美)섬

아마미(奄美) 군도는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아래쪽에서 오키나와 가까이 이어져 있다.

최남단 요론섬, 오키노에라부시마, 도쿠노시마 등 모두 8개의 유인도와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아마미섬을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라고 부르는데, 이는 아마미군도 가운데 제일 큰 섬이기 때문이다.

지리적, 문화적으로 오키나와와도 가깝다. 그러나 오키나와와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오키나와에 대항했던 전설 등이 전해져 내려온다. 아마미군도는 예로부터 사쓰마번(薩摩藩)의 영토였다.

가고시마에서 무려 380km 아래쪽에 떨어져 있지만, 가고시마현에 속해 있다.

아마미섬은 그 규모와 문화 등은 가고시마 제2의 도시라 할 만큼 크다.

면적은 약 712.35k㎢이며, 2021년 기준 인구는 약 6만 3천명이다.

섬의 중심 도시인 아마미시에 인구의 대부분이 집중되어 있으며 연평균 기온은 섭씨 21.5도다.

섬을 다녀보면 곳곳에 공장과 발전소 등이 많아,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다운 면모가 보인다.

음악을 듣는 소주 [사진/성연재 기자]

사탕수수의 섬

아마미섬에서 생산되는 사탕수수는 중요한 수입원이다.

사탕수수가 빠지면 섭섭할 정도로 사탕수수는 이곳저곳에서 쓰인다.

대표적인 산물 가운데 하나는 사탕수수로 만든 소주다.

소주 생산 공장 가운데 하나인 니시다이라 주조를 들렀다.

이 공장에서는 소주에 음악을 들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닉 에이징'(음향숙성)이라는 과정이다.

이것은 음악을 전공한 30대 여성 대표 니시히라 세레나씨의 아이디어였다.

니시히라 세레나씨는 관동지방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부친의 병환으로 가업을 잇기로 하고 지난 2021년 4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공장을 찾았을 때는 사탕수수 소주에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들려주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재즈에서부터 아마미 섬노래(시마우타)까지 6개 장르의 곡이 연주되고 있었다.

사탕수수와 관련된 산업이 발달하다 보니 먹는 것과 마시는 것도 사탕수수와 깊은 연관이 있다.

공항 가까이 있는 한 아이스크림 가게를 들렀다.

가장 맛난 메뉴는 아마미산 흑당을 이용해 만드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세계 어느 곳에서 맛봤던 아이스크림보다 풍부한 맛을 전해줬다.

오시마 비단 염색 체험 [사진/성연재 기자]

'진흙 염색'이 낳은 명품 비단

아마미섬에서는 1천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비단 염색 작품인 '오시마 츠무기'(大島紬)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고급 견직물 가운데 하나로, 진흙 속의 철염류가 만드는 독특한 질감의 염색 덕분에 탄생한 명품이다.

오시마 츠무기는 진흙으로 염색한다.

체험을 위해 아마미 시내의 '하지메쇼지'라는 천연 염색 매장을 찾았다.

진흙 염색 장인의 가게에는 전통을 살린 기모노와 넥타이, 스카프, 핸드백 등 다양한 물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매장 뒤쪽의 체험장에서 직접 염색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아마미섬은 150만 년 전의 고대 지층이 남아 있는 섬이다.

지층에는 철분과 다양한 성분이 있는 데다 진흙 성분이 둥글고 미세해 비단에 쉽게 염색이 파고든다.

명품이 탄생한 배경이다.

염색을 위해서는 진흙을 채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진흙이 가득 찬 산 속의 소류지를 찾는 과정은 모험심을 자극했다.

채로 친 고운 진흙을 가지고 돌아와 작업장에서 다시 비단 조각을 여러 차례 담갔다 헹궜다.

같은 과정을 거쳤는데도 사람마다 다른 색과 문양이 나와 참가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고이 말려서 펼쳤더니 우아하고도 기품이 넘치는 스카프가 됐다.

요가 체험 [사진/성연재 기자]

잊지 못할 리조트 체험

에메랄드빛 바다와 석회암 해안, 그리고 울창한 아열대숲으로 둘러싸인 아마미섬은 일본의 숨은 매력 가운데 하나다.

아마미섬의 '더 신'리조트는 웰빙 체험이 매력인 숙소다.

이곳에서 숙박한 일행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요가 체험에 참여했다.

해변을 바라보며 요가하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

조용한 파도 소리와 함께 명상에 잠기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었다.

요가 강사의 지도 덕분에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이 리조트의 가장 큰 매력은 아마미섬에서 유일한 노천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도 없는 온천에 혼자 들어가 파도 하나 없는 거울 같은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은 무척이나 소중했다.

다음날 머무른 곳은 '네이티브 씨 아마미 아단 온더 비치' 리조트다.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감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리조트였다.

아마미 북쪽 섬 오목하게 들어간 해변에 자리 잡아 파도가 크지 않고 잔잔하지만, 사방을 둘러싼 천혜의 요새 같은 느낌을 주는 리조트다.

무척이나 포근한 느낌이다.

고급 숙소는 아니지만, 눈여겨봐야 할 곳이 있다. 아마미 시내의 민박집 '하나우미 하우스'다.

이곳에서는 전통 요리인 '게이한'을 맛볼 수 있다.

닭고기 밥이라는 뜻의 게이한은 잘 도정된 쌀로 지은 밥 위에 닭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요리 재료들을 얹은 뒤 주인장의 조리법으로 정성스레 만든 국물을 부어 먹는 음식이다.

닭고기와 채소를 얹은 것이 기본이지만, 표고버섯이나 단칸(일본산 감귤) 껍질 등 섬에서 나는 과일을 토핑으로 해 개성 있는 풍미와 독특한 모양으로 연출하기도 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현지에서 난 신선한 해산물 절임이 함께 나와 일행의 찬사를 받았다.

민박집 주인 내외의 친절함도 인상 깊었다.

민박집에서 맛보는 '게이한 정식' [사진/성연재 기자]

맹그로브 숲 카약 체험

맹그로브 숲을 카약으로 탐험한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섬 남동쪽 스미요 마을에는 0.7㎢에 달하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맹그로브 숲이 있다.

맹그로브는 염분이 있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수목종을 가리키는 속명이다.

이곳은 태평양의 소금물이 스미요강과 야쿠가치강 상류를 지나며 만조 때면 주변의 평야까지 올라온다.

맹그로브숲은 이 두 개의 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스미요 맹그로브 숲은 일본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맹그로브 숲에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관광지로서도 가치가 높았다.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운이 좋으면 다양한 해양 생물도 관찰이 가능하다.

초보자도 안전요원의 안내를 받아 비교적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약간의 패들링 교육을 받은 뒤 카약에 올라타 힘차게 노을 저으면 곧바로 맹그로브 숲이 나타난다.

좁은 수로처럼 난 구불구불한 공간을 헤쳐가는 느낌이 모험심을 자극했다.

초록색 나무 사이로 노를 젓다 보니 마치 숲속 터널을 지나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받았다.

밀물 때만 이런 체험이 가능하다고 한다.

맹그로브숲 카약 체험 [사진/성연재 기자]

아마미섬 세계유산 트레일

마지막으로 일행은 해안가에 형성된 아마미섬의 '세계유산 트레일'을 걸었다.

아열대숲 속을 걷다 보면 마치 인간 세상을 벗어난 느낌마저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식물들과 들리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걷노라면 자연과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일행과 함께 걸었던 곳은 섬의 북단에 있는 '아야마루 미사키' 인근의 트레일이었다.

해안가에 접한 트레일은 바닷가를 접했지만,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구간도 많았다.

탁 트인 해안과 열대 숲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멋진 코스였다.

1시간가량 걸은 뒤 도착한 곳은 태평양을 향한 곶의 높은 언덕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아야마루 미사키 전망대였다.

이곳 카페에서는 맛있는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 탁 트인 바닷가의 경치와 함께 맛보는 햄버거 맛에 일행들은 무척 만족한 모습이다.

아마미섬 여행은 자연 속에서 힐링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었다.

요가와 트레일, 맹그로브 카약, 그리고 게이한 음식까지 다채로운 체험을 통해 아마미 오시마만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 느림의 미학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여행지 같았다.

아마미섬에 오가는 JAL 여객기 [사진/성연재 기자]

Information

일본항공(JAL) 항공편이 가고시마 공항에서 아마미 공항까지 하루 3∼4편 운항한다.

소요 시간은 약 50분이다. 아마미 공항에서는 렌터카, 택시, 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성수기에는 항공권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므로, 예약해 두는 것이 편리하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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