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최저임금 예외?…“68살 서울시의회 의장 연봉부터 깎자”

박태우 기자 2024. 4. 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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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 동안 연세대에서 일해 온 청소노동자 송영호(68)씨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노년유니온·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주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자회견은 지난 2월 윤기섭 서울시의원(국민의힘) 등 38명이 '노인은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하자'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 건의안' 발의를 비판하기 위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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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서울시의회 의원 ‘노인 최저임금 제외’ 건의안
고령노동자 “최저시급 240원 올라, 생존권 밟는 일”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노인들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자’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 건의안을 비판하는 ‘고령 노동자 당사자’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서울시의회 의장님도 저랑 동갑인 68살이라고 합니다. 연봉이 8천만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나이 많다고 급여를 깎으려면 우리 같은 최저임금 노동자가 아니라 65살 넘은 의장님부터 연봉을 깎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난 10여년 동안 연세대에서 일해 온 청소노동자 송영호(68)씨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노년유니온·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주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자회견은 지난 2월 윤기섭 서울시의원(국민의힘) 등 38명이 ‘노인은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하자’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 건의안’ 발의를 비판하기 위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날선 목소리가 나왔다. 이화여대 청소노동자 이애경(64·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씨는 “굉장히 오랫동안 가장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청소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며 “물가가 폭등하고, 최저시급이 고작 240원 오른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깎겠다는 것은 노인 노동자들의 생존을 짓밟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최현혜(62·공공운수노조 서울시립중랑요양원분회장)씨도 “(돌봄노동은) 저임금에 노동환경이 열악해 젊은 사람이 선호하지 않아 돌봄노동자 평균 연령은 60대 이상”이라며 “노인을 최저임금법에서 적용 제외하자는 서울시의원들은 최저임금법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기섭 시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의안은 “노인들의 구직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도 노인 채용이 가능하도록 해 노인 일자리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며 “최저임금법 적용 제외의 인가 기준 및 범위를 노인층에게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줄 것” 등을 담았다.

최저임금법 적용 제외는 ‘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가 업무 수행에 직접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조차도 장애인 차별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더욱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서울시의회의 건의안은 헌법적 권리와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돌봄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 등과 함께 최저임금제도를 흔들려는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고령노동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노동자의 전체적 삶을 향상하기 위한 대안 마련은 안중에도 없고 차별을 조장하고,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국민의힘 윤기섭 서울시의원과 그 동료 의원들이 한심하다”며 건의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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