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철거? 육교 그 너머에 숨은 서울로7017의 가치 [추적+]

최아름 기자 2024. 4. 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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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철거 주장 나왔던 서울로7017
서울역 마스터플랜 나온다면
철거냐 존치냐 장담하기 어려워
보행로로 서울로 찾는 시민들
서울역 일대 보행환경 개선 없이
서울로 존치 문제 논하기 어려워

1970년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도로는 2017년에 새 이름을 얻었다. 서울로7017이다. 차만 다니던 고가도로가 사람이 걷는 그렇게 '선형線型 공원'으로 변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이곳을 찾던 사람들은 반토막이 난 반면, "흉물이니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서울역 일대를 바꾸겠다"는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로7017의 가치는 이어질 수 있을까.

서울로7017은 중구 회현동과 만리동을 잇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역을 정면에 두고 오른쪽을 보면 서울역 서쪽 만리ㆍ청파ㆍ서계동과 서울역 동쪽 숭례문을 잇는 '서울로7017'이 보입니다. 1970년에 만들어져 2017년에 재탄생했다는 뜻을 담은 이름입니다.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었고, 콘크리트 화분, 아이들이 뛸 수 있는 트램펄린, 작은 갤러리ㆍ카페로 사용할 수 있는 전망대로 서울로7017을 채웠습니다.

그런데 개장 7년을 맞은 지금 서울로7017을 철거하자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옵니다. 왜일까요? 첫째 이유는 '흉물'이라는 겁니다. 애초 서울역 고가는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습니다. 시설의 이용을 바로 막고 보수해야 하는 상태였던 겁니다. 지금은 보수를 진행한 덕분에 구조적 문제가 없지만, 고가도로 자체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은 여전합니다.

둘째 이유는 이용객 수 감소입니다.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5월 20일 개장 후 12월 31일까지 7개월간 서울로7017의 방문객은 741만명에 달했습니다. 한달간 105만명, 하루에 3만5000명씩 방문한 셈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문객의 수는 감소했습니다. 2023년 1일 평균 서울로7017 방문객은 1만3150명입니다. 이용객이 줄어 사실상 '육교' 역할만 하고 있으니 예산을 투입해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올 법합니다.

최근엔 두가지 이유에 '한가지 변수'가 더 생겼습니다. 서울역 일대를 바꾸겠다는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입니다. 2023년 국토교통부와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서울역ㆍ현충원을 국가상징공간 선도사업지로 선정했습니다.

5월에 아이디어 공모를 마치면 마스터플랜을 수립합니다. 이렇게 마련한 플랜에 따라 서울역에 '광화문 앞 광장'과 같은 시설을 만든다면 '서울로7017'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아직 "서울로7017의 철거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마스터플랜의 수립을 기점으로 '철거론'이 더 거세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로7017은 정말 아무런 가치가 없을까요? 서울로7017을 철거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경로는 SK남산그린빌딩 앞 건널목인 회현동에서부터 만리동까지를 잡았습니다.

서울로7017이 생겼지만 역설적으로 지상 서울역의 보행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서울시, 참고 | 2023년은 9월 누적 평균]

일단 얼마나 걸릴까요? 낮 12시 58분. SK남산그린빌딩에서 조금 내려와 서울스퀘어 앞에서 신호가 없는 건널목을 건넙니다. 그다음 2개의 신호등이 동시에 켜지는 서울역환승센터 건널목을 건너 횡단보도가 있는 환승센터 플랫폼까지 걸어갑니다.

신호 없는 건널목을 다시 건넙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공사로 복잡한 나머지 플랫폼을 지나서 서울역사로 올라갑니다. 서울역 서쪽으로 빠져나와 만리동으로 가는 건널목을 건넙니다. 오후 1시 10분. 12분 거리입니다.

이번엔 서울로7017을 이용해 만리동에서 SK남산그린빌딩으로 거꾸로 걸어봅니다. 만리동 쪽에서 서울로7017로 가려면 세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경사로를 이용하거나 엘리베이터, 그리고 계단입니다. 그중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니 피아노가 놓인 작은 공연장이 보입니다.

한 시민이 피아노곡을 연주 중입니다. 서울로7017의 길을 채운 콘크리트 화분은 세월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2017년 개장 당시에는 콘크리트 화분에 시구나 노랫말이 적혀 있었는데 지금은 꽤나 흐릿해졌습니다. 커피를 들고 일터로 돌아가는 직장인들을 지나 SK남산그린빌딩 앞에 섭니다. 8분 걸렸네요.

12분과 8분. 4분의 차이. 이 정도만으로 서울로7017가 '육로'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은 과한 듯합니다. 고작 4분 빠르다고 서울7017을 이용할 가능성은 낮으니까요.

그렇다면 시민들은 왜 서울로7017을 찾는 걸까요? 이번이 두번째 서울로7017 방문이라고 밝힌 김진화(가명)씨는 "남산공원에서 서울역을 가기 위해 서울로7017로 왔다"며 "서울역까지 나무나 꽃을 보면서 갈 수 있는 길이어서 이곳을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로7017을 매일 이용하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회현동 쪽 경사로에서 만난 70대 시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대문 시장에서 집으로 갈 때 이 길로 가요. 원래는 버스를 타거나 다른 길로 걸어갔었는데, 이곳이 더 좋아요. 나무도 있고. 쉬면서 갈 수도 있고. 걸어가면 다른 길보다 이 길이 낫지."

정부는 서울역 일대를 국가상징공간 선도사업지로 지정했다. 서울로7017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로7017은 공원이 되기엔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선형線型 공원이라는 특징 때문에 멈춰서 즐기기엔 적당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상에 있는 철로를 기다림 없이 넘어갈 수 있고 서울역공중정원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장점도 갖고 있습니다. 서울역7017이 '걷는 길'로서의 가치가 크다면 서울역에 새로운 '상징공간'이 생기더라도 그 역할을 잇는 게 좋을지 모릅니다.

김은희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은 "지금 서울로7017을 제외한 서울역 일대의 보행 환경은 개선이 안 됐기에 나쁜 수준"이라며 "이런 보행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철거론'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객관적인 연구를 선행해야 합니다. 개장 후 7년이 흐른 지금까지의 서울로7017의 가치와 한계를 제대로 분석한 연구물은 거의 없습니다. 서울로7017은 과연 어떤 운명을 맞을까요? 우리가 남겨야 할 건 무엇일까요?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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