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장면…“바다에 물고기보다 더 많다?” 플라스틱 습격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바닷 속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지경이다.”
실제 연구 결과가 그렇다. 정확히 얘기하면, 물고기 뿐 아니라 해양생물 전체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아진다.
해양 연구 및 보전 협회에 따르면 2050년 기준 바닷속 플라스틱의 무게는 해양 생물의 무게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에서 쓰레기를 양산하는 건 오로지 인간 뿐이다. 바다 쓰레기의 80%는 바다가 아닌 인간이 사는 육지에서부터 온다. 충격적인 건 이 중 85%가 바로 플라스틱이란 점. 플라스틱 쓰레기가 물고기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이유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라는 데에는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공동의 목표와 약속을 도출하는 국제 합의가 마련되고 있다. 바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다. 이 중심에 한국이 있다. 2년에 걸친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 중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협상이 오는 11월 말 부산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주최국으로서 막중한 역할에 비해 그동안 열렸던 세 차례 정부 간 협상에서 우리 정부의 목소리는 미온적이었다는 게 국내 환경단체들의 평가다. 이들은 오는 23~29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는 제4차 정부 간 협상에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15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플뿌리)의 기자회견에서 국제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리루프(RELOOP)의 손세라 연구원은 “플라스틱 쓰레기 저감의 필요성을 누구도 모르지 않지만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의 무게가 해양 생물의 무게에 맞먹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효성 있는 조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면서 “환경이 산업보다 등한시되는 사회에서 측정하기 어려운 목표와 자발적 행동만으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조금도 다가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제플라스틱협약은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 수립을 목표로 한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가장 큰 국제적 기후 합의로 평가된다.
2022년부터 열린 세 차례의 정부 간 협상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유통, 사용 및 폐기되는 전 주기를 관리 대상으로 다루기로 합의했다. 쟁점은 플라스틱 주기가 어디부터 시작되느냐다.
산유국이나 플라스틱 생산 업체 등은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데 쓰는 작은 조각(펠릿)이나 제품화 단계가 플라스틱 주기의 시작이라고 본다. 더 나아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순환경제로 플라스틱 오염을 끝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화석연료에서 플라스틱 원료를 추출하는 단계부터 플라스틱의 주기가 시작된다고 본다. 또 플라스틱 생산량이 지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오염을 줄이려면 생산을 반드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3000만t에서 2019년 4억6000만t으로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2060년에는 현재의 3배 수준인 12억3100만t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재활용되는 양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9% 가량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30년까지 50조원 가까이 투자하더라도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수급할 수 있는 재활용 플라스틱의 양이 48%에 그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원순환 국제 연대체 가이아(GAIA)의 문도운 정책연구원은 “1990년대 미국에서부터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프로젝트가 시작됐지만 폐플라스틱을 플라스틱 전구체로 만들어내는 공정을 상용화한 경로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재활용이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변화라는 인류 공동의 위기에 맞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플뿌리연대는 협상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 등으로 볼 때 우리 정부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플라스틱협약의 제5차 정부 간 협상의 개최국이면서 플라스틱협약우호국연합(HAC)의 초기 가입국으로서 우리 정부가 협약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세계 4위의 합성수지 생산국으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에도 책임 크다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 유혜인 활동가는 “한국은 지난 3차 정부 간 협상에서 재활용에 집중한 대책만 다뤘다”며 “국내 산업계에 영향을 주는 신재 감축 등에 신중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유새미 활동가는 “우리 플라스틱 산업은 중소기업 위주에 노동집약적이라 생산량을 감축하면 기존 산업 노동자들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며 “국제 협약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중요한 이슈인 만큼 국내에서 사회적 논의도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의 75% 이상 절감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가 이달 열릴 제4차 정부 간 협상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전제로 오염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낼 것을 촉구했다.
플뿌리연대는 이같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환경부 등 관련 부처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보다 한층 더 나아진 자세로 효과적이고 강력한 국제플라스틱협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시민 사회는 요구한다”고 밝혔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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