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족 잡아라”...쿠팡 멤버십 인상, 1400만 충성고객의 선택은
네이버 ‘공짜’·신세계그룹 ‘80% 할인’·컬리 ‘첫 달 무료’로 맞서
전문가 “쿠팡의 인상은 충성고객만 잡겠다는 과감한 제안, 평가는 소비자 몫”
쿠팡이 유료 멤버십 비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리자 네이버와 신세계그룹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멤버십 할인 행사에 나서고 있다. 쿠팡을 탈퇴하는 환승객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부터 다음 달까지 유료 멤버십 가입자에게 3개월간 이용권 및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의 유료 멤버십 ‘네이버 플러스’의 월회비는 4900원이다.
신세계그룹의 G마켓, 옥션은 다음 달 열리는 ‘빅스마일데이’에 맞춰 기존 연회비(3만원)에서 약 84% 내린 4900원에 가입이 가능한 행사를 진행한다. 이 기간 가입한 고객은 멤버십 1년 무료 연장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2년간 멤버십 혜택을 누릴 수 있다.
SSG닷컴도 신규 가입 고객에게 1만 원 할인 및 무료 배송 쿠폰을 제공한다. 이달 한 달간은 신규 가입·기존 회원 모두에게 백화점 상품 무료 반품 혜택도 준다. 반품 신청 고객에게는 현금처럼 쓸 수 있는 SSG머니 3000원도 제공한다.
컬리는 오는 22~28일 진행하는 ‘컬리멤버스위크’ 기간에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면 첫 달 회비(1900원)를 무료로 하는 행사를 펼친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도 2% 캐시백과 쿠폰을 지급하는 ‘VIP 멤버십’를 선보일 방침이다.
◇쿠팡 멤버십 인상에 술렁이는 이커머스 업계
쿠팡은 지난 13일부터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월정액 요금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인상했다. 신규 회원은 인상일부터, 기존 회원은 오는 8월 중 재가입일부터 인상된 가격이 적용된다.
앞서 2021년 12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72% 인상한 지 2년 4개월 만이다. 당시 가격 인상 후 2년간 회원 수가 900만 명에서 1400만 명으로 증가해 고객 이탈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번 가격 인상으로 부담이 더 커진 만큼, 업계는 일부 쿠팡 고객의 이탈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시장의 우려에도 쿠팡이 멤버십 회비 인상을 단행한 이유는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직접구매(직구) 플랫폼의 국내 공습에 맞서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두 플랫폼의 국내 월간 사용자 수는 총 170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지난해 첫 연간 흑자 전환을 이뤘지만, 여전히 누적 결손금은 6조원(43억83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쿠팡은 향후 3년간 신규 풀필먼트 확장과 와우 멤버십 등에 15조원을 투입해 중국 플랫폼에 맞서겠다고 밝힌 상황. 유료 멤버십 비용의 정상화는 당연한 수순이란 입장이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초저가로 알리·테무에 맞서는 건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충성고객을 강화해 객단가가 높은 제품의 판매를 늘려 수익성에 기여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멤버십 회비 인상으로 쿠팡은 당장 월 약 400억원, 연 4800억원의 이익 증대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쿠팡 영업이익(6174억원)의 7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런 기대감으로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Inc의 주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15일(현지 시각) 쿠팡 주가는 1.88% 상승한 21.65달러로 마감했다. 멤버십 요금 인상을 발표한 지난 12일에도 쿠팡의 주가는 11.5% 급등했다.
◇ 쿠팡 멤버십 가격 인상... 충성고객의 선택은
그러나 ‘58%’라는 인상률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의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지 보름 만의 인상이라는 점을 두고, 쿠팡이 서비스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택권 없이 획일적으로 모든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쿠팡 한 이용자는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는 사용하지 않는데, 다른 서비스 때문에 비용을 더 내는 건 불합리하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네이버, 신세계, 컬리 등이 내놓은 멤버십 할인 전략도 쿠팡 고객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다만, 모두 한시적인 이벤트라 ‘고객 환승’에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쿠팡 측은 서비스를 번들(묶음)로 멤버십 비용을 설정했기 때문에 기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과 비교해 멤버십 비용이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로켓배송(건당 배송비 3000원)으로 세 번만 주문해도 월 요금 이상의 이득을 볼 수 있기에 여전히 가성비가 높고, 이에 따라 고객 이탈도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해석의 배경엔 자사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이 한몫했다. 쿠팡은 와우 회원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한 결과 로켓배송과 반품비를 비롯해 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OTT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음식 배달비를 따지면 회원 1인당 평균 87만원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지난 2월 콘퍼런스콜에서 “와우 회원들에게 지난해 30억 달러(약 4조원)어치의 혜택을 줬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일반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전략이 아니라, 앞으로의 쿠팡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메시지로 보인다”며 “가격이 높다, 낮다는 건 고객의 인식에 달려있다. 결국 평가는 고객이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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