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단짠 연애 예능 vs. 마라맛 이혼 예능
사랑과 이별, 정반대 소재를 다루는 두 예능의 꾸준한 인기가 이어 지고 있다.
채널A '하트시그널', TV조선 '연애의 맛', 티빙 '환승연애', JTBC '연애남매', Mnet '커플팰리스', SBS PLUS '나는솔로', 넷플릭스 '솔로지옥' 등 연애 예능이 끊이지 않고 제작되며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여기에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을 시작으로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티빙 '결혼과 이혼',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JTBC '이혼숙려캠프: 새로고침' 등이 이어지며 이혼 예능도 한 줄기를 형성했다.
달콤한 연애 예능과 마라맛 이혼 예능의 서로 다른 매력에 대해 예능 담당 두 기자가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보란 기자(이하 최 기자, 연애 예능파) :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조화가 결정적이다. 드라마 속 선남선녀의 러브스토리에 환호하면서도 결국 현실과의 경계선이 명확히 있기에 몰입에 한계가 있다. 실제 드라마 속 커플이 현실 커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열애설도 종종 있지 않나. 그런데 연애 예능은 내가 응원한 러브라인이 현실 커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현실과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그 점이 드라마와는 또 다른 '과몰입'을 유발하는 포인트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환승연애' 김인하 PD는 이와 관련해 "리얼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어떤 대본 없이 스스로 플레이를 하게 되고 그것이 진정한 리얼리티로서 한 장르가 된 게 아닐까, 또한 사랑이란 감정이 되게 보편적이고 각자의 경험이 있기에 공감이 더 쉽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영주 기자(이하 공 기자, 이혼 예능파) : 가장 큰 것은 현실성과 그에 따르는 공감대 형성이다. 실제 부부들의 사연이 주는 몰입감이 크다. 그리고 나와 똑같진 않아도 실제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부부 이야기라 더 공감이 가는 거다.
전문가나 스타 패널들이 제시하는 솔루션을 통한 배움도 큰 몫을 차지한다. 특히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은 과거 방송에서 아동 심리나 육아 상담에 국한됐던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이 이젠 부부에게까지 확대되는 시발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예능을 넘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니 간접적으로 치유받는 시청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국민멘토'로 불리는 오 박사는 '오은영 리포트' 제작에 대해 "시즌1 때부터 제작진이 8개월 정도 이 분야에 대해 준비하고 공부했다.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드리려고 노력한 프로그램"이라며 전문성을 강조했다.
연애(이혼) 예능 트렌드가 계속 되는 이유?
▷ 최 기자(연애 예능파) : 트렌드의 지속성은 결국 변화를 바탕으로 한다. 과거에도 여러 소개팅 형식의 예능은 있었지만 커플 탄생을 목표로 일반인의 동거 과정을 그리는 형식은 '짝'으로부터 시작됐다. 해당 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적 성격이 강했다면 '하트시그널'이 예능적으로 더 강화된 새로운 갈래를 만들어 냈다. 이후 다양한 차별화 요소를 넣은 신규 예능들이 이어지면서 진화를 계속했다.
최근 제작된 '환승연애'는 헤어진 전 연인과 동반 출연, 재회하거나 새 인연을 찾는다는 파격적인 콘셉트로 화제가 됐다. '누구와 누가 커플이었나'를 추리하는 재미와 더불어, 커플 관계가 밝혀졌을 때 변화하는 관계와 인물 사이의 심리게임 등이 차별화 요소였다. 최근 새롭게 론칭된 '연애남매'는 일생을 함께 한 혈육과 함께 출연해 짝을 찾는다는 이색적인 시도로 눈길을 모았다. 연인 찾기 과정이 주는 설렘에 따뜻한 가족애를 녹여내 호응을 얻고 있다.
'연애남매' 이진주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연애 프로는 되게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혈육은 내 인생 전체를 알기에 깊이 있는 전개가 가능할 것 같았다"라면서 "또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완전히 다른 연애 프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공 기자(이혼 예능파) : 연애와 이혼은 비슷한 인기 흐름을 갖고 가는 것 같다. 다만 이혼 예능은 10여 년 전 '우리 결혼했어요'의 가상 이혼 버전인 '우리 이혼했어요'(2020년)가 시초인 셈이다. 예전이라면 다소 꺼렸던 소재를 전면으로 들고나왔다.
이혼 예능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결혼이란 환상보다는 이혼이라는 조금 더 현실적인 주제에 시청자들 눈길이 가기 때문이라고 봤다. 금기시됐던 부분에 대한 호기심, 다른 부부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사는지 등을 예능이라는 범주 안에서 풀어내니 접근이 더 쉬워지는 게 아닐까.
특히 '결혼과 이혼 사이' 같은 경우 이혼을 결정하기 전 부부들의 모습이 담기면서 보다 현실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결혼과 이혼 사이'의 이진혁 PD는 제작발표회에서 "기존 이혼 프로그램들은 이혼 후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는 분들이 주였다면, 우리는 현시점에서 결혼과 이혼을 고민하는 분들의 모습을 담았다"고 다른 이혼 예능과의 차이점을 짚었다.
▷ 최 기자(연애 예능파) : 리얼리티가 가장 큰 장점인 만큼 그것이 깨질 때 재미가 반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처음부터 결혼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내건 프로그램 커플들은 실제 결혼까지 성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솔로'의 경우 8번째 부부까지 탄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커플 매칭 프로그램은 최종 커플이 반드시 현실 커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여운이 길지 않다. '솔로지옥2'의 경우 치열한 탐색전을 펼치며 출연자들이 최종 선택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 프로그램 속 세계관 안에서만 유효한 러브라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설렘 지수가 떨어지기도 했다.
방송 이후 출연자가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꽤 많아서 진정한 사랑 찾기라기보다는 인지도를 얻기 위한 발판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늘 있다. 이전과는 달라진 시선 탓에 기존 업무를 계속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걸 알면서도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 공 기자(이혼 예능파) : 부부 문제에 이어 아이들까지 나오면서 다소 자극적인 연출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한계다.
'한 번쯤 이혼할 결심'에서 축구선수 정대세가 아내와 가상 이혼을 하는 과정이 나왔다. 하지만 이들의 10살 난 아들은 정작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며 눈물을 흘렸고, 이는 곧 정서적인 아동 학대가 아니냐는 논란까지 빚었다. 아무리 가상 이혼이라지만 '가족'이란 의미 속에 부부 외에 자녀들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아, 프로그램 취지에 다소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실질적인 솔루션이나 변화의 결과를 보여주기보다는 일시적인 조언만 하고 넘어가는 데 그치는, 즉 수박 겉핥기 식 전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에 출연했던 부부들 중 일부가 방송 종료 몇 년 뒤 아주 심각한 갈등상태로 이혼을 해 충격을 안겼다. '당시 조금 더 깊이 있고 실질적인 솔루션이 진행됐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눈길을 끄는 연애(이혼) 예능은?
▷ 최 기자(연애 예능파) : 전 연인과 미묘한 관계를 품고 가는 '환승연애'는 언제 어떻게 관계가 바뀔지 모르는 반전 요소가 흥미롭다. 지난 시즌 성해은-정현규 커플이 드라마틱한 매칭 스토리로 주인공의 역할을 했다면 이번 시즌3에서는 최종 선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많은 실타래가 얽혀 있어 결말이 궁금해진다. '연애남매'의 경우도 우애와 사랑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요소를 잘 조화시켰다. 출연자의 가족적이고 배려심 있는 모습이 담겨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우리 이혼했어요'나 '돌싱글즈'의 경우는 이혼과 연애 예능을 결합했는데, 오히려 데이팅 프로그램 요소가 강해서 연애 예능파도 재미있게 볼 듯하다. 실제로 재혼에 성공한 커플들이 나오기도 했다.
▷ 공 기자(이혼 예능파) : 최근 첫 방송한 '이혼숙려캠프: 새로고침'을 눈여겨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박하선이 나오기도 하고 이혼 경력이 있는 서장훈이 팩트 폭격, 뼈 있는 충고를 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아무래도 유경험자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날카롭다. 김새롬, 서동주의 분석 또한 예리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불어 전문가의 심리 치료를 거쳐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는데, 변화해 갈 부부들의 앞으로의 모습에 관심이 간다.
[사진 = 각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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