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억 몸값도 무용지물…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의 현실

김하진 기자 2024. 4. 1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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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강남. 정지윤 선임기자



롯데가 경기가 없던 월요일인 지난 15일 1군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포수 유강남, 내야수 정대선, 투수 박진형이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유강남의 1군 엔트리 말소다.

유강남은 팀의 주전 포수다. 명포수 출신인 김태형 롯데 감독이 부임하면서 둘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유강남은 공수에서 부진했다. 올시즌 타율 0.122(41타수 5안타) 2타점으로 고전했다. 롯데의 팀 평균자책은 5.24로 10개 구단 중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수차례 중요한 순간에 수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4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2-7로 뒤진 6회 1사 만루, 볼카운트 3-0에서 병살타를 때려 패배의 빌미를 줬다. 이날 김태형 감독이 고영민 코치와 유강남을 불러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롯데는 5-7까지 쫓아갔지만 결국 역전하지 못했고 6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로써 팀내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자유계약선수(FA) 이적생 3인방이 모두 1군에서 사라졌다.

롯데는 2022시즌을 마치고 유강남과 4년 80억원, 유격수 노진혁과 4년 50억원에 계약했다. 여기에 행선지를 찾고 있지 못하고 해를 넘겼던 투수 한현희를 3+1년 40억원에 계약했다. 세 명의 총액만 170억원에 달한다.

이적 두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이들은 김태형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다. 한현희는 올해 개막 엔트리에도 합류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 경쟁을 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뒤늦게 부름을 받았으나 9일 삼성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3안타 1볼넷 3실점을 하면서 10일 1군 엔트리에서 다시 말소됐다.

김태형 롯데 감독. 연합뉴스



올해 노진혁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안치홍의 FA 이적, 한동희의 부상 등으로 누수가 생기면서 새롭게 꾸려야하는 내야진이 김 감독의 가장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노진혁은 주전 유격수를 맡았으나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노진혁은 14경기 타율 0.176 2타점에 그쳤다.

그리고 이제 유강남까지 기회를 잃었다. 졸지에 2군에 FA 이적생들이 모였다.

그동안 가려졌던 롯데의 현실이 드러났다. 롯데는 지난 시즌 170억원이라는 투자를 했음에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이적생들의 성적을 보면 투자에 비해 효과가 나오지 못했다. 노진혁은 지난해 113경기 타율 0.257 4홈런 51타점을 기록했다. 이전 2년 동안 타율 2할8푼대, 홈런은 두자릿수 가까이 기록하던 노진혁이 이적 첫 해에는 모든 수치가 떨어진 것이다.

한현희는 지난 시즌 내내 적정 포지션을 찾아 헤맸다. 시즌 초반에는 5선발 역할을 맡았으나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다가 38경기 6승12패3홀드 평균자책 5.45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비시즌 동안 일본 돗토리현에서 몸을 만드는 등 노력을 했으나 올해에도 신통치 않았다.

그 중에서 유강남은 그래도 제 역할을 했다. 지난해 7월 말 좌측 내복사근 파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2022시즌까지 4.45로 최하위권에 머물러있던 팀 평균자책을 4.15로 끌어올리며 중위권까지 올려놨다. 하지만 올해에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의 ‘기(氣)’를 중요시하게 여기는데, 상대를 압도할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김태형 감독은 ‘우승 청부사’로 롯데에 부임했다. 두산을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렸다. 롯데에서의 목표도 역시 가을야구로 똑같다. 사령탑으로 팀이 원하는 성적으로 이끌어야한다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선수의 몸값보다는 감독의 기준에 맞는 선수들을 선별할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170억원을 들인 3명의 선수는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의 2군행은 롯데 전체를 향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투자 대비 효과를 보지 못하는 팀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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