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이번 총선 시작과 끝은 尹대통령…아직 정신 못 차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철희 전 국회의원(20대 국회)이 4.10 총선을 '심판 선거'로 규정했다. 이 전 정무수석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 형식으로 총선 결과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로 한 것을 두고 "아직 정신 못 차렸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의 선전에 대해서는 '민주당·이재명에게 위협적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 전 수석은 16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적 선택은 절묘하다"며 "심판은 충분히 했고, 또 다른 한편 탄핵처럼 너무 과도하게 야권이 나가지 않도록 그 정도까지는 의석을 안 준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 총선이 심판 선거가 된 시작과 끝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3월 4일) 이종섭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하고, 4월 1일 의대 정원 문제 가지고 52분 담화 발표하는 그 한 달 내내 대통령이 주도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그) 한 달 내내 심판론이 불이 붙었다. 그래서 4월 10일 에 그렇게 심판당한 거 아니냐"며 "그러면 이것을 냉정하게 본인이 인정하고 수긍을 해야 한다.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이 어디 있고, 민주주의에서 선거만큼 확실한 메시지가 어디 있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날(16일) 오전 국무회의 모두발언 형식으로 총선 결과에 대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이건 국무회의 모두발언으로 할 일이 아니다"라며 "저 분이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집권 2년 만에 총선에서 대패했음에도 정부 내에서 뭘 잘못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고 '누구를 실장 시킬 거냐', '누구를 총리 시킬 거냐' 하는 인사 문제로 왜소화돼버렸다. 이게 본질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대통령께서 이번 선거를 졌다고 생각 안 하고 계신 거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 본인이 '다 내 탓이다'라고 하고 그걸 국민들 앞에 얘기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채 상병 특검 거부한 거 잘못됐다, '김건희 여사 특검 반대한 거 내가 잘못했다', '지금까지 9번 거부권 행사한 거 따져보니 이러이러한 것들은 내가 좀 생각이 좀 틀렸다'(라고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여당에게서부터 험한 꼴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여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민심을 느꼈다. 속된 말로 '선거판에 가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안 먹히더라', '너무 인기가 없더라' 국민들 사이에. 그걸 이미 다 체감을 했다"며 "그러면 남아 있는 게 대선인데, 거기(민심)에 호응하려고 그러지 대통령 눈치 보겠느냐"고 했다. 이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채 상병 특검 같은 얘기 나오면 여당 내에서 이탈표가 나온다는 것 아니냐"며 "한두 번 그렇게 당하고 나면 대통령은 그야말로 윤 대통령 본인 말씀 그대로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왜 섶을 쥐고 불로 뛰어드나? 국민들이 그러지 말라는 메시지를 줬는데"라고 비판했다.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평가를 했다. 최 전 수석은 같은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권 출범한 지 2년이 채 안 된 시점이라서 평가적 선거와 전망적 선거가 혼재되는 시점인데, (이번 총선은) 완전히 평가 선거가 돼버렸다"며 "회고적 투표", "거의 정권 퇴진 수준의 결과"라고 총선 결과를 평했다.
최 전 수석은 향후 정국 전망에 대해 "채 상병 사건 특검법이 통과되면 정말 화산이 폭발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만약에 국민의힘 균열로 인해서 특검법이 통과되면 정부·여당이 거의 주저앉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그 자체로도 엄청난 소용돌이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최 전 수석은 부연했다.
이철희 "이재명 '민생' 메시지는 잘한 선택…조국당, 李에 위협"
이철희 전 수석은 한편 야권에 대해서는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총선 다음날 메시지와 관련 "민생 얘기를 꺼낸 것은 잘한 것"이라며 "자칫 잘못해 야권이 이겼다고 대통령을 마치 결단낼 것처럼 공세를 세게 퍼부어서 온통 어지러운 상황이 되는 것에 비해, 자제하고 절제하는 건 굉장히 잘한 선택"이라고 호평했다.
이 전 수석은 또 비례대표 선거에서 12석을 확보해 일약 제3당으로 부상한 조국혁신당이 전날(15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데 대해 "그전에도 문 전 대통령께서 '조국혁신당이 좀 더 대중적인 정당으로 발전해야 된다'라는 말씀을 주셨다"며 "그 얘기는 결국 민주당과 경쟁하는 정당으로 더 성장해야 된다는 주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전 수석은 "민주당 입장으로서는, 특히 이재명 대표는 친명 체제를 그 파동을 겪으면서 어렵게 구축했는데 바깥에 경쟁 집단이 새로 생겼다"며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고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친명 민주당, 친문 조국당. 이런 식으로 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이 전 수석은 "가능성은 있다"며 "현재까지 양쪽 대표들이 조심하고 자제시키고 있지만 지금 바닥에서는 지지층들 사이에서 벌써 싸움들이 조금씩 벌어지고 있지 않느냐. '누구 때문에 졌다', '누구 때문에 200석 안 됐다' 이런 논란이 점점 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분화될 가능성을 구심력과 원심력의 차원에서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향후 대권 구도 관련 큰 요인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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