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서울 법대 나와 재벌 비자금 찾아주는 사냥개라니[TV와치]

김범석 2024. 4. 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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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주말극 '눈물의 여왕'이 높은 인기로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지난주 12회까지 공개됐는데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최고 시청률(20.7%)을 찍었을 뿐 아니라 화제성도 단연 1등이다.

용두리로 쫓겨난 현우와 해인이 빌런들보다 먼저 할아버지 비자금을 찾는데 골몰하는 장면이 12회에 나왔다.

12회 엔딩에선 비자금의 규모를 보고 입틀막하는 이들 가족의 놀란 표정이 나왔는데 제작진 바람대로 시청률 우상향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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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0%를 돌파한 주말극 ‘눈물의 여왕’(tvN 제공)
박지은 작가가 쓴 드라마 ‘눈물의 여왕’ 포스터(tvN 제공)

[뉴스엔 김범석 기자]

tvN 주말극 ‘눈물의 여왕’이 높은 인기로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지난주 12회까지 공개됐는데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최고 시청률(20.7%)을 찍었을 뿐 아니라 화제성도 단연 1등이다. 무엇보다 유쾌하고 매회 애절한데 흥미롭기까지 하다.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종합선물 세트지만 선뜻 웰메이드라고 부르기엔 어딘가 2% 아쉽다.

이 드라마에는 웃음 포인트가 상당히 많이 매복돼 있다. 뇌종양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해인(김지원)이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지만, 현우(김수현)가 가끔 상황 코미디를 하고 범자 고모(김정난)와 용두리 주민들이 대놓고 개그를 한다. ‘별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을 쓴 박지은 작가의 전매특허가 바로 이질적인 사람이나 문화가 부딪치며 벌어지는 웃픈 상황과 딜레마인데 이번 작품도 그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눈물의 여왕’을 보며 ‘저게 말이 되느냐’, ‘개연성이 부족하다’, ‘클리셰 범벅이다’라고 묻고 따지는 건 그다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어차피 말이 안 되는 걸 작가 본인도 잘 알고 집필했기 때문이다. 허구임에도 ‘그래 얼마든지 저럴 수 있어’라며 말이 돼 보이게 하는 게 바로 작가의 판타지 구사 능력인데 벌써 대중은 박지은의 마법에 걸려들었으므로 뒤늦게 똑똑한 척하기보단 그냥 드라마에 눈과 귀를 맡기며 몰입을 택하는 게 이로워 보인다.

다 내려놓고 맥주 한 모금 마시며 ‘눈물의 여왕’을 편히 즐기기로 했지만, 여전히 용납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 바로 재벌 비자금이다. 용두리로 쫓겨난 현우와 해인이 빌런들보다 먼저 할아버지 비자금을 찾는데 골몰하는 장면이 12회에 나왔다. 명석한 현우가 집 내부 설계도를 면밀히 살피고 전쟁을 대비해 만들었다는 패닉룸 위치도 열심히 추측해본다. 그러다 지하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반대쪽 문이 열리도록 설계된 점을 발견하고 해인 가족이 유레카를 외친다.

12회 엔딩에선 비자금의 규모를 보고 입틀막하는 이들 가족의 놀란 표정이 나왔는데 제작진 바람대로 시청률 우상향이 예고된다. 하지만 재벌 비자금은 한마디로 구린 돈이며 탈세와 동의어 아닌가. 서울 법대 나온 싸움도 잘하는 현우가 아무리 재벌가 사위가 됐다지만, 모슬희(이미숙)보다 먼저 비자금을 찾아내고 성취감을 만끽하는 모습은 그다지 개운치 않다. 이는 자칫 작가의 상상력 빈곤이나 취재 부실로 오해받기 딱 좋은 설정이다.

현우와 해인에게 이 비자금은 어떤 의미일까. 구두 닦던 선대 회장 할아버지(김갑수)가 피땀으로 일군 퀸즈그룹 검은돈일 텐데 아무래도 부정 축재의 산물일 확률이 높다. 금융권과 과세 당국의 눈을 피하려고 숨겨놓은 돈이 떳떳할 리 없지 않은가. 그러니 가족도 모르게 꿍쳐놨겠지.

이제 이 돈이 어떻게 쓰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노련한 작가가 이를 흥청망청 쓰거나 허무하게 나라에 환수되게 그냥 놔둘 것 같진 않기 때문이다. 흙수저 출신 현우가 부정한 돈이니 공익 재단 같은 걸 만들자고 제안하거나 아니면 극적으로 완쾌한 해인이 가난해 치료 못 받는 이들을 위해 신약 개발이나 뇌종양 전문 센터를 만들자고 하진 않을까.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는 셈이니 이건 어느 정도 용서가 될까.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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