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리콴유와 리셴룽, 싱가포르 50년간 쥐락펴락했던 아버지와 아들

김효선 기자 2024. 4. 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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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싱가포르를 집권했던 리셴룽(李顯龍·72) 싱가포르 총리가 한 달 뒤 장기 집권의 마침표를 찍겠다고 발표했다. 그의 아버지인 리콴유(李光耀·1959~1990년 집권) 전 총리 때부터 51년 동안 이어진 ‘가문 통치’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지난 15일 리 총리는 성명을 통해 “다음 달 15일 총리직을 사임하고 같은 날 로런스 웡 부총리 겸 재무장관(52)이 차기 총리로 취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리 총리는 70세가 되는 2022년 전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을 이유로 퇴임을 미뤄왔다.

지난 2004년부터 싱가포르를 통치한 리셴룽 총리. /AP

◇ 싱가포르의 경제 성장 이끈 두 사람

지난 1965년부터 싱가포르는 현 여당이자, 싱가포르 ‘국부’(國父)로 불리는 리콴유가 설립한 인민행동당(PAP)이 집권하고 있다. 의원내각제인 싱가포르의 총리는 대통령처럼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PAP 지도부의 내부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 정해진 임기가 없고 현직 총리가 후임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권력이 승계돼 왔다.

이런 구조로 인해 리콴유의 장남인 리셴룽 총리는 지난 2004년 8월 고촉통 전 총리(1990~2004년 집권)로부터 자리를 넘겨받은 후 20년 동안 싱가포르를 통치해 왔다. 아버지 리콴유가 통치한 기간인 31년을 합치면 부자의 통치 기간은 반세기가 되는 셈이다.

리 총리 부자는 싱가포르의 경제적 성장을 끌어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지난 1965년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16달러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9만2000달러로 1만7730% 폭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싱가포르의 창시자인 리콴유의 철통같은 리더십 아래에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후발 주자에서 세계 경제 대국 중 하나로 성장했다”라고 평가했다. 서구 자본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홍콩과 달리 ‘아시아의 금융중심지’ 위상도 굳히고 있다.

◇ 계속돼 온 권력 독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다만 리 총리 가문의 세습 주의와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비판은 이어져 왔다. 지난 2017년에는 리 총리와 그의 동생들 사이에서 ‘형제의 난’이 발생하기도 했다. 리콴유 초대 총리의 장녀 리웨이링과 차남 리셴양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리 총리를 비난했고, 이 과정에서 그들은 “리 총리가 아들 리홍이에게 권좌를 넘겨주려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갈등의 본질은 장남인 리셴룽 총리의 권력 독점과 세습 우려에 대한 형제들의 반발”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리 총리가 웡 부총리를 후계자로 지목한 것을 두고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리 총리가 본인의 아들인 리홍이(李鴻毅·37)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전 웡 부총리에게 ‘징검다리’ 총리 역할을 맡긴 건 아니냐는 것이다. 왜냐하면 본인도 총리직을 바로 물려받은 게 아니었고, 현재 세습주의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는 이유에서다. 리콴유는 2대 총리직을 고촉통에게 물려주고 고문 장관으로 지내다가, 2004년 리셴룽을 총리로 만든 다음 은퇴했다.

로런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 겸 재무장관. /AFP

◇ 젊은 피 웡, 싱가포르 바꿀 것이란 기대도

리 총리의 뒤를 이을 사람은 2년 전 그의 후계자로 지목됐던 로런스 웡 부총리 겸 재무장관(52)이다. 웡은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를 졸업하고, 미시간대와 하버드대에서 각각 경제학과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싱가포르로 돌아와 산업통상·재무·보건부 등에서 일하다 리 총리 수석비서관을 지냈다. 2011년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며 정치권에 입문했고, 2021년 4월 재무부 장관을 맡았다.

FT는 “이번 승계는 싱가포르 현대사에서 중요한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무역 중심지인 싱가포르가 새로운 대내외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시기에 웡이 총리 직을 맡게 됐다는 것이다.

미시간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인 린다 림은 “웡의 리더십에 따라 지금까지 싱가포르의 정치 체제를 특징지어왔던 것보다 더 많은 참여 민주주의와 포용적인 경제, 그리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며 “이는 최근 싱가포르가 맞은 도전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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