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총선 패배 메시지도 '쇄신' 대신 '마이웨이'

임경구 기자 2024. 4. 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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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만 보며 걸어왔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며 "어려운 국민을 돕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라고 했다.

4.10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총선 패배의 여파에도 국정운영 기조 변화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할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다"고 했다.

국민들이 체감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을 뿐, 국정 기조와 추진 방향은 옳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했다.

또한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고 해도, 실제로 국민이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들을 열거하며 정당성을 여러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총선 패배로 달라진 여건 속에서도 국정운영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특히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춰 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총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드러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미래세대를 위해 건전재정을 지키고 과도한 재정 중독을 해소하려다 보니, 세심히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국민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해 애썼지만, 고금리로 고통 받는 민생에 충분한 도움을 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탈원전으로 망가진 원전 생태계를 살리고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을 육성해서 산업 경쟁력을 높였지만 이러한 회생의 활력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근로자들까지 온전히 전달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부동산 3법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재개발, 재건축 규제도 완화해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을 낮췄다"면서 "하지만, 집을 소유하기 어려운 분들과 세입자들, 개발로 이주하셔야 하는 분들의 불안까지는 세밀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했다.

아울러 "주식 시장을 활성화해 국민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공매도를 금지하고,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을 상향하고, 기업의 밸류업을 지원했다"면서 "그러나 주식 시장에 접근하기도 어려운 서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사교육 카르텔을 혁파해서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했고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현장의 문제를 다 해결하기에는 아직도 보완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극복하는 데는 부족했다"고 했다.

특히 "실질적으로 국민께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더 속도감 있게 펼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겠다"며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좁힐 수 있도록 현장의 수요를 더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정책 추진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향후에도 민생토론회를 이어가며 기존 정책 추진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더 가까이 민생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국민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챙겨야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겨 듣겠다"고 했다. 다만 현안인 의대 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며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을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하겠다"고 했다.

국회와의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등 대야관계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지 않아 야당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또 "국민께서 바라는 변화가 무엇인지, 어떤 길이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인지 더 깊이 고민하고 살피겠다. 민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몇 배로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국무위원들에게 "민생 안정을 위해 공직 사회의 일하는 분위기와 기강을 다시 한번 점검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총선 이후 공직 사회의 기강 해이를 단속해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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