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 총선 메시지…尹 "민심 우리 모두 겸허히 받아들여야"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
국정쇄신 방향, 인선 방침 구체적 언급 없어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22대 총선 참패에 대해 "어려운 국민을 돕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바로 정부의 존재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또 "경제적 포퓰리즘은 마약과 같은 것"이라면서도 "국민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7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총선 후 별도의 공식 일정 없이 대국민 메시지와 국정쇄신 방안 등을 검토해왔다. 총선 이후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을 통한 입장 발표도 전망됐지만 국무회의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날 발언은 약 12분간 이어졌다.
가장 먼저 민생 챙기기와 민심 청취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주식 시장 활성화, 건전재정과 민간 주도 성장에 따른 경제 회복, 원전 생태계 복원 등 국정운영 방향은 옳았지만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다. 그러나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에 미처 힘이 닿지 못했다. 미래 세대를 위해 건전재정을 지키고 과도한 재정 중독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또 "집을 소유하기 어려운 분들과 세입자들 또 개발과 재건축으로 이주하셔야 하는 분들 그분들의 불안까지 세밀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주식 시장에 접근하기도 어려운 서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극복하는데 부족함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풀기 위해 수출 드라이브와 건전재정, 민간 주도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실제 수출이 되살아나면서 경제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회생의 온기를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확산시키는 데까지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추어 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바로 정부의 임무이고 민심을 챙기는 것"이라면서 "특히 한계선상에 계신 어려운 분들의 삶을 한분 한분 더 잘 챙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리겠다는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더 가까이 민생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국민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며 "실질적으로 국민들께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더 속도감 있게 펼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통해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 넣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좁힐 수 있도록 현장의 수요를 더 정확히 파악해서 맞춤형 정책 추진에 힘을 쏟겠다"며 국무위원들에게 "국민들의 수요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에 저희가 인정하고 다양한 국민들의 수요에 대한 이 맞춤형 정책 추진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여소야대 정치 지형으로 협치가 필수적인 상황에 야당을 향한 적극적인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라며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은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무위원들에게 "이번 21대 국회가 종료되기 전까지 각 부처에서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께서 바라시는 변화가 무엇인지 어떤 것이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인지 더 깊이 고민하고 살피겠다. 민생을 위한 것이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국무위원에 대한 당부가 여러 차례 나왔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 몇 배로 더 각고의 노력을 하자"라며 "국무위원 여러분께서도 민생 안정을 위해 공직사회에 일하는 분위기를 잡아주기 바란다. 아울러서 기강이 흐트러진 것이 없는지 늘 점검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15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도 "민생 안정을 위해 공직 사회의 일하는 분위기와 공직 기강을 다시 점검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공직사회 기강을 점검하는 민정수석실과 같은 조직 신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분 간의 총선 대국민 메시지에서 향후 인선 방침이나 국정쇄신의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관섭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진은 집단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한편 최근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 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재외 국민과 선박 공관에 대한 안전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며 "각 부처는 에너지 수급과 공급망에 관한 분석 관리 시스템을 가동해서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중동 정세의 불안정이 우리 안보에 미칠 영향이나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월호 10주기에 대해선 "10년이 지났지만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상황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의 뜻을 드린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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