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밀라노 선언’ 계승...AI 시대 ‘디자인 역발상’ 승부수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4. 4. 16. 11: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5년 밀라노서 글로벌 디자인 확립
2024년 본질·혁신·조화 3대 승부수
‘혁신’에서 ‘본질’로 디자인 철학 전환
노태문 “사용자 공감이 새 가능성 창출”
삼성전자가 밀라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 부지의 레카발레리제에서 개최한 ‘공존의 미래’ 전시회 모습 [삼성전자 제공]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순간은 평균 0.6초인데 이 짧은 순간에 고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2005년 4월 삼성전자는 디자인 경쟁력을 대폭 끌어 올리기 위해 이건희 선대회장 주재로 주요 사장단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패션 본거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제2의 디자인 혁명을 발표했다. 이는 바로 ‘밀라노 선언’으로 삼성 디자인의 새로운 전환점을 열었다는 평가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가 디자인의 또 다른 전기 마련에 나선다. 핵심은 기존의 과감한 혁신 중심에서 제품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디자인 철학의 변화다. AI(인공지능) 무대가 급속도로 확장될수록 화려함보다 제품 본연의 디자인에 승부를 걸겠다는 역발상 전략이다. 삼성이 이 같은 디자인 출사표를 던진 곳 또한 밀라노라는 점도 주목된다.

15일(현지시간)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직사각형 기둥 모양의 조형물이었다. 은은한 빛이 나오는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디자인 콘셉트의 핵심이다. 최은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프로는 “반투명한 움직이는 빛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본질적 가치를 상징한다”며 “큐브 안의 빛은 삼성이 새롭게 선보이는 디자인 철학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디자인·가구 박람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 중 장외 전시인 푸오리살로네에 참가하며 이곳 박물관에서 ‘공존의 미래(Newfound Equilibrium)’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 사장이 밀라노에서 사전 공개한 전시관에서 디자인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AI시대 2030년까지 내다본 디자인 승부수로 ▷‘본질(Essential)’ ▷‘혁신(Innovative)’ ▷‘조화(Harmonious)’ 3가지 디자인 지향점을 선언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 사장은 “사용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기술 혁신과 동반됐을 때 의미 있는 경험과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며 “이번 3가지 지향점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고객들이 삼성 제품에서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을 누리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질은 제품 본연의 기능과 쓰임에 집중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같은 의미로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과감하게 덜어내겠다는 것이다. 일체감 있는 조형으로 모바일 제품 본연의 기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갤럭시 S24 시리즈와 AI 기능과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직관적인 사용성을 구현한 비스포크 AI 콤보 등이 대표적이다.

혁신은 고객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추구하는 디자인으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 실시간 통역 기능의 갤럭시 AI ▷바닥, 사물, 공간 인식으로 최적의 청소 및 펫케어에도 활용할 수 있는 로봇청소기 등이다.

조화는 제품, 서비스, 나아가 사회적인 조화까지 포용하는 디자인이다. 삼성전자는 공간의 아름다움까지 고려한 액자형 스피커 ‘뮤직 프레임’을 최초로 출시하며 일상에 조화되는 디자인을 강화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AI,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제품 디자인도 힘쓰고 있다.

이번 선언으로 삼성전자 디자인 정체성(디자인 아이덴티티·DI)은 5.0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2001~2005년 ‘울림이 있는 단순함(Simplicity with Resonance)’으로 시작된 1.0이 시대를 이어오면서 지금의 5.0까지 진화한 것이다. 특히 직전인 2019~2022년 ‘영혼과 교감하라(Be Bold. Resonate with Soul)’에서 과감한 혁신에 집중했다면 이번 변화로 대대적인 디자인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삼성의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을 구체화 할 밀라노 디자인 연구소 역할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2005년 설립된 이곳은 소재 연구를 집중적으로 담당하며 연구 결과가 기술을 통해 실제 구현될 수 있는 활동도 진행한다. 그 중 ‘CMF(Color, Material, Finishing)’로 압축되는 소재 디자인은 최적화된 컬러, 소재와 디테일로 구현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번에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소재 브랜드인 무티나(MUTINA), 알피(ALPI)의 장인들과 협업해 세라믹과 목재를 비스포크 냉장고와 에어드레서 패널에 각각 적용했다. 밀라노=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