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마약같은 것"
16일 국무회의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 밝혔지만 반성 메시지로는 부족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여권의 총선 참패 이후 반성에 준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를 통해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기자회견이 아닌 국무회의를 통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고, 반성과 소통 메시지를 담을 것이라고 했지만 발언 수위로 봤을 때 한참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다. 어려운 국민을 돕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라는 말로 국무회의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데 모자랐다”고 말했다.
국정기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정작 대통령 인식은 대국민 홍보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머물러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정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극복하는 데는 부족함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한 대목도 같은 맥락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다. 그러나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에 미처 힘이 닿지 못했다”며 물가관리 실패를 시인했다. 윤 대통령은 재정 문제에 대해서도 “미래세대를 위해 건전재정을 지키고 과도한 재정 중독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세심히 살피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재개발, 재건축 규제도 완화해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을 낮췄다”고 자평했다. 다만 “집을 소유하기 어려운 분들과 세입자들, 또 개발과 재건축으로 이주하셔야 하는 분들, 그분들의 불안까지는 세밀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했다.
대통령 선거 당시 2030 청년세대 지지를 받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청년세대 표심을 잃었다는 평가를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우리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기 위해 국가장학금을 대폭 확대하고, 청년들의 자산 형성과 내 집 마련 지원도 엄청나게 늘리기는 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청년들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결국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고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마약에 비유한 발언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춰 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포퓰리즘, 집단주의, 전체주의, 마약과 같은 표현은 사전 배포용 국무회의 발언에 없었던 내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비판 메시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그러나 현재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라는 것이, 정부의 임무이고 민심을 챙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야당 대표 공약을 비난한 모양새여서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에도 부정적인 뜻을 나타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보인다.
단어 사용으로 보면 윤 대통령 국무회의 메시지에서 '민생'은 11번, '세심'은 3번 나왔다. '소통'은 2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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