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원 횡령’ KG모빌리티, 추가 비리 드러나나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경찰이 KG모빌리티(옛 쌍용차)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정용원 KG모빌리티 대표와 일부 직원의 횡령 정황을 포착한 결과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추가 범행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 피의자들이 과거 받았던 횡령 의혹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용역비 지급한 후 리베이트 의혹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는 3월19일 KG모빌리티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정용원 KG모빌리티 대표와 총무팀 전·현직 임직원 4명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다. 이들은 2016년에서 2018년 사이에 KG모빌리티의 경비용역 업체에 전달한 용역비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상당한 혐의점을 포착하고 3월4일 정 대표를 출국금지했다. 정 대표는 경찰 수사 개시 직후 KG모빌리티에 신차 개발 등 진행 중인 업무를 마무리한 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쌍용차 시절에 발생했던 개인의 부정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라며 "현재의 KG모빌리티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이 사건 피의자인 전직 총무팀 관리상무 A씨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니만큼 입장을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며 "성실히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 해명에도 KG모빌리티에 대한 수사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이 이 사건 피의자들의 추가 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KG모빌리티가 과거 체결한 용역계약들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이 정 대표를 제외한 이번 사건의 피의자 3명이 과거에 받았던 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A씨 등은 용역업체 T사로 하여금 허위로 근로자를 파견하게 한 후 지급된 용역비를 빼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쌍용차 출신인 B씨가 설립한 T사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KG모빌리티에 운전기사와 사내 차량 수리기사 등 인력을 공급해온 협력업체다. KG모빌리티가 필요한 인력을 요청하면 T사가 근로자를 채용해 파견한 후 임금과 수수료를 지급받는 형태였다.
허위 근로자 파견이 시작된 건 2011년 6월이다. T사 측은 A씨가 자사 대표이사이던 B씨에게 허위 근로자를 고용한 후 KG모빌리티로부터 지급받은 용역대금 중 근로자 임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돌려 달라고 요구했으며, 양사 간 협력관계 유지를 위해 이를 수락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허위로 등재된 근로자는 1명이었다. 그러나 허위 근로자는 2012년 12월과 2013년 6월, 2016년 2월 각각 1명씩 추가돼 4명까지 늘어났다. KG모빌리티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7차례에 걸쳐 허위 근로자들에 대한 용역비 명목으로 T사에 매달 최소 210만원에서 최대 1564만원을 지급했다. 이 기간 동안 T사에 전달된 금액은 총 6억9730만원이다. T사 측은 이 자금을 A씨 등이 지정한 계좌로 입금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해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KG모빌리티와 T사의 용역공급계약이 종결된 건 허위 근로자 파견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T사 측은 이 과정에서 A씨 등이 용역공급계약 유지 및 연장, KG모빌리티와의 합의 주선, 법률 비용 지원 등을 조건으로 B씨에게 단독 범행임을 자백하도록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는 2022년 2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이 확정됐고, KG모빌리티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해 거주 중인 아파트도 가압류됐다. 그러나 계약 유지 및 연장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A씨는 "B씨에게 단독 범행이라는 자백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T사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B씨에 대한 판결 이후 T사 직원의 고발이 접수돼 조사를 받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고발인의 이의신청에 따라 재수사도 진행됐지만 결과는 같았다"며 "이미 수사기관을 통해 문제가 없음이 증명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T사 측은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허위 근로자들의 임금을 이체한 차명 계좌를 제공했지만 계좌 추적 등의 절차 없이 수사를 종결했다는 이유에서다. T사 측은 KG모빌리티 총무팀의 지시나 요구 없이 자의적으로 허위 근로자를 공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KG모빌리티의 요청에 따라 인력을 충원 및 공급하고, 용역 대금 지급 역시 이 회사 총무팀의 결재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A씨는 "회사에서 규정한 운전기사 및 사내 차량 수리기사 정원에 맞춰 T사에 인력 파견을 요청했다. 7년 동안 허위 근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B씨가 T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많이 나오지 않자 사익을 채우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전했다.
피의자 A씨 "용역업체 대표의 일탈"
이 사건은 현재 B씨의 단독 범행으로 판결이 확정된 상태다. 그러나 향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 등이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일사부재리 원칙은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에는 공소의 효력이 검사가 피고인으로 지정한 자에게만 미친다고 명시돼 있다"며 "따라서 A씨 등이 추가로 기소될 경우 재판부는 이들의 유·무죄 실체 판단을 새로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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