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속 활로 찾는 유업계... ‘매출 2兆’ 서울유유 ‘A2 드라이브’ 통할까
시장점유율 확대 영향… A2로 시장 확대하고 본업 집중
신사업 어려운 조합 특성·저출산 상황서 불가피한 전략 분석도
매일·남양·일동후디스, 우유 소비 감소 대응에 건기식 박차
국내 유업계 가운데 가장 먼저 ‘2조 클럽’에 진입한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이 ‘A2플러스(+)’로 성장 드라이브를 건다. 저출산과 수입 멸균유 등으로 유업계가 위기를 맞으면서 경쟁사들은 단백질 음료나 연화식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서울우유는 우유를 개량하여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16일 유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A2플러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오는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A2 원유로 생산할 방침이다. A2+ 우유는 A2 베타카제인만 담긴 원유(原乳)로 만든 우유로, A1 베타카제인이 포함된 원유로 만든 우유와 달리 소화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
서울우유는 A2+를 만들기 위해 2020년부터 80억원을 투자했다. A2+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A2 베타카제인만 함유된 원유를 제공하는 젖소가 필요한데, 해당 특성을 갖는 젖소를 농가에 보급·구분하기 위해서다. 서울우유는 유전 형질 검사 등으로 기존 농가에서 A2 원유를 공급할 수 있는 젖소를 구분하는 동시에 해당 형질을 갖는 젖소를 공급했으며, A2 원유가 일반 원유와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전용 목장도 지었다.
A2+는 이렇게 생산된 A2 원유를 자사 제품 기준인 체세포 수 1등급·세균 수 1A에 맞춘 뒤, 원심분리기로 세균과 미생물을 제거하는 EFL(Extended Fresh Life) 공법을 적용하여 만들어진다. 서울우유는 A2+는 시중의 다른 A2 우유와는 달리 전용 목장에서 생산되어 혼입의 가능성이 없고, 체세포 수와 세균 수 등급도 높은 원유로 만들어지는 점이 특장점이라고 설명했다.
◇ 소화 문제없는 A2로 시장 확대… “저출산에 불가피 높은 가격은 과제”
서울우유는 A2 원유의 장점을 활용하여 우유 소화에 어려움을 겪던 고객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하루 평균 생산되는 서울우유의 원유 1900t 가운데 3%를 올해까지 A2 원유로 대체하고,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소매 우유 시장 성장률이 2%를 기록한 것과 달리 7.3%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매일유업(5.8%), 남양유업(3.3%), 일동후디스(-14.3%) 등 경쟁사와 비교하더라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유 소매시장은 2조6181억원으로 전년 대비 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우유의 매출액은 2조1117억원으로 7.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45억원으로 15.1% 늘었다.
서울우유는 이러한 성장세가 ‘시장점유율’ 확대에 있다고 설명했다. 소매시장 점유율 확대는 물론,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서울우유의 지난해 소매 우유 시장 점유율은 43.9%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소매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늘고 있고, 카페 프랜차이즈 공급 시장에서도 6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 관련 시장 성장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경쟁사들이 신사업에 나서는 것과 달리 보다 본업에 집중해 점유율을 계속 늘려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A2 원유를 활용한 서울우유의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이 저출산 상황과 ‘조합’이라는 조직 형태를 고려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신규 소비자가 될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우유 소화에 어려움이 있는 성인들로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단백질 음료를 비롯한 다른 신사업 진출이 쉽지 않은 조직 성격도 반영된 결정이 아니겠냐”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사기업과 달리 우유와 무관한 사업으로 진출이 불가능하고 우유와 연관된 분야라도 조합원의 동의 절차가 필요한 협동조합의 특성상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면서 “락토프리 우유와 이점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관련 시장도 성장하고 있는 데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추세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 업체 IMARC 그룹에 따르면 세계 A2 우유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4억 달러(18조5456억원)로 추산된다. 해당 업체는 세계 A2 우유 시장 규모가 2032년까지 연평균 14.8%씩 성장해 478억 달러(66조155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높은 가격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현재 서울우유의 일반 우유 제품인 ‘나 100%’의 경우 서울우유 자사몰에서 1㎖당 평균 4.1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A2+의 경우 이보다 39.1% 높은 5.6원에 판매 중이다. 서울우유 측은 생산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단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빵집 인수하고 의료용도 식품 나서고’… 경쟁사는 외식업·건기식 시장 개척
서울우유와 달리 매일유업, 남양유업, 일동후디스 등 흰 우유 제품을 만드는 경쟁사들은 신규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매일유업은 이달 초 더베이커스와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식빵 전문 베이커리 브랜드 ‘밀도’를 인수했다. 카페 브랜드 ‘폴바셋’을 운영하는 자회사 엠즈씨드와의 시너지를 위한 것으로, B2B 사업 확대와 글로벌 시장으로의 베이커리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인 ‘더 키친 일뽀르노’와 ‘크리스탈 제이드’도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다. 더 키친 일 뽀르노는 지난해 ‘역삼 센터필드점’과 ‘에버랜드점’을 시작으로 올해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여의도 현대카드점’,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점’ 등 매장 5곳의 문을 연이어 열면서 10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크리스탈 제이드도 지난해 7월 도곡점을 새로 열면서 15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일유업은 베이커리·외식뿐 아니라 환자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연화식 사업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수출입업’, ‘특수의료용도 식품 제조·판매·수출입업’ 등을 목적 사업에 추가했다.
또 메디컬푸드사업부도 신설해 그룹 계열사인 엠디웰아이엔씨가 영위하던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엠디웰아이엔씨는 환자식과 고령친화식 등 건강기능식품을 제조·유통하는 업체로 2007년 매일유업의 지주사인 매일홀딩스와 대웅제약이 절반씩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매일홀딩스는 지난해 말 엠디웰아이엔씨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매일유업은 이 같은 신사업과 해외사업 확대를 토대로 우유 소비 감소에 대응하고 올해 매출액 2조원을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는 지난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매출 2조 클럽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1조7830억원의 매출액과 7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5.8%, 19% 증가했다.
지난 1월 오너경영을 끝낸 남양유업 역시 우유 소비 감소 등에 대비해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과 식물성 음료 ‘아몬드데이’, ‘오테이스티’, ‘플로라랩’ 등을 육성하고 미래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99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24억원으로 적자 규모를 17% 줄였다.
단백질 음료 브랜드 ‘하이뮨’으로 관련 시장을 열었던 일동후디스는 신성장 동력으로 ‘이너뷰티’와 ‘펫푸드’를 내세우고 있다.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체지방 관리·항산화 기능 등을 내세운 이너뷰티 브랜드 ‘뷰핏’과 더불어, 남성 특화 건기식 브랜드 ‘블랙맥스’·펫푸드 브랜드 ‘후디스펫’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다만, 일동후디스는 단백질 음료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일동후디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24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줄었고, 영업이익은 27억원으로 7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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