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의 인구정책 방향…차별화보다 초당적 협력을 [세상읽기]

한겨레 2024. 4. 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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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철희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자극한 것은 주로 여러 갈래의 “심판론”과 각종 “막말 파동”이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선거 결과를 갈랐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정당 간 정책 경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각 정당은 두툼한 공약집을 냈고, 후보들은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출산 대응과 관련해서도 각 당은 여러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아빠의 유급 출산휴가 1개월을 의무화하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기업들이 육아기 유연근무를 활성화하고, 육아휴직 중 동료 업무 대행 수당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주고 자녀 수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감면하겠다고 공약했다. 만 18살까지 월 20만원의 아동수당 및 월 10만원의 펀드 입금 지원과 두 자녀 24평, 세 자녀 33평의 분양전환 공공임대 제공도 약속했다.

이제 승자든 패자든 모두 선거 결과에 드러난 민심을 잘 헤아려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할 시간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인구정책 방향은 어떻게 바뀌는 것이 바람직할까? 필자가 국민의 뜻을 대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 분야의 연구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인구문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데 필요한 두가지 방향 전환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눈앞의 성과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고, 조금 더 멀리 내다보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인구정책은 근시안적이고 일관되지 못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책의 시계(視界)는 정권 교체, 대통령 취임 1주년, 선거 등 정치적인 일정에 맞춰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인구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부위원장은 이번 정부 출범 후 세번이나 바뀌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사람이 교체되면 세부 방안은 물론 인구정책의 기본 방향과 전략까지 급하게 수정되곤 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어야 한다는 조급함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을 아래 순위로 밀어내고 있다.

저출산 대응 정책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청년들이 자신의 생애와 자녀 세대의 삶에 대한 기대를 바꿀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청년이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구조적 문제들을 고쳐가는 일이다. 당연히 쉬운 일도, 금방 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오랜 기간에 걸친 꾸준하고 일관된 정책적 노력을 요구한다. 현재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단기적인 대책을 보완하는 한편, 느리지만 더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도 차근차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와 여야가 정책을 애써 차별화하고 서로 대립하면서 공을 다투는 현재 상황을 바꾸어, 문제 해결을 위해 실질적으로 협력하고 서로의 방안을 보완적·발전적으로 결합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인구문제가 중요한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여기에서 성과를 얻어 공을 쌓고자 하는 정당 간, 부처 간, 기관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어떤 방안의 타당성이나 효과성보다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어떤 이념적 정체성에 기초한 것인지 따지는 부작용이 더 커 보인다. 기존의 좋은 정책과 상대방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울 정책을 급하게 만들어내려는 노력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18일 서울 강남구 중소기업 휴레이포지티브에서 총선 1호 공약 저출생 대책 ‘일·가족 모두 행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에서 소개한 여야의 저출산 관련 총선 공약 역시 보육 지원과 현금 및 주거 지원으로 갈려 있고, 추가 재정 필요 여부도 달리한다. 그런데 양당의 정책 모두 근본적 해법은 아닐지언정 저출산 완화에 도움이 되는 보완적인 방안들로서, 잘 결합한다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장기적인 인구문제 대응에 있어서는 초당적인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 인구정책의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이민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정부조직 개편, 청년의 삶을 개선하고 여성의 불리함을 줄이는 노동개혁, 경쟁을 완화하고 인적자본의 질을 높이는 교육개혁 모두 여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무쪼록 제22대 국회는 당리당략을 뒤로한 과감한 협력을 통해 인구문제 해결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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