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 보조금’ 쥔 삼성, 미국에 60조 푼다…TSMC·인텔과 진검승부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4. 4. 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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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인텔과 본격 경쟁
텍사스 테일러공장 투자규모
당초보다 2.5배 늘어 440억弗
15% 안팎 보조금 돌려받아
AI반도체 큰손 빅테크 겨냥
현지생산으로 적기공급 나서
GAA기술 최선단 공정 강점
삼성전자 서초 사옥. [매경DB]
삼성전자가 우여곡절 끝에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확정받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중인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과 연구개발(R&D)도 함께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경쟁기업인 대만 TSMC와 미국 인텔과 미국 본토에서 정면승부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른 반도체 생산지원금 규모를 확정해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63억~64억달러(약 8조7000억~8조9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지원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생산지원금은 삼성전자의 늘어난 공장건설 비용과 잠재적 투자 계획 등을 반영해 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해 테일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으나 임금·자재비 상승 등올 공사비용이 250억달러(약 34조6000억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 두번째 팹(생산시설)과 첨단 패키징 시설을 추가로 구축한다는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총 투자비용은 440억달러(약 60조9000억원) 수준으로 당초 계획을 2배 이상 상회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발판으로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해 AI 반도체 수요가 많은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이에따라 업계 선두주자인 TSMC와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인텔과 미국에서 정면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경쟁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3nm(나노미터) 공정부터 적용한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서도 최선단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확정받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따. 지난해 3월 투자의향서를 접수한 이후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첫번째 분수령은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졌던 가드레일 조항에 대한 협상이었다. 미국 정부로부터 생산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 있는 생산시설에 투자를 제한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보조금을 전제로 테일러공장 건설을 진행해왔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암초를 만난 셈이었다.

당시에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장비 수출통제를 발표하면서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는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이와 별개로 가드레일 조항과 관련된 논란이 수면 위에 오르자 삼성전자는 한국 정부와 함께 미국 정부와 기나긴 협상을 진행해야 했다.

협상 끝에 지난해 9월 가드레일 조항은 웨이퍼 투입량을 기준으로 10년간 5%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장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기술적인 제한은 두지 않기로 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기술적인 발전이 받쳐주면 소규모의 웨이퍼 투입량 증가만으로도 상당한 생산규모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보조금 규모와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협상에 나서야 했다. 미국 정부가 당초 예상을 밑도는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전달해왔던 탓이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 39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제 기업들이 미국에 요청한 보조금은 이를 훨씬 웃도는 700억 달러 이상에 달했다. 신청이 몰리자 개별 기업에 돌아갈 몫이 줄이려 했던 것이다.

미 정부의 ‘자국기업 우선주의’ 역시 불안감을 키웠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거나 자국의 안보와 연관된 기업에 먼저 보조금 규모를 확정했다. 글로벌파운드리와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미군 전투기용 반도체를 제조하는 영국 BAE시스템즈 등 3곳이다.

업계에선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격전지인 애리조나와 오하이오를 우선 챙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면서 삼성전자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인 미국 애리조나와 오하이오에 TSMC와 인텔이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반면, 삼성전자는 공화당 우세 지역인 텍사스에 공장을 공장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보조금 지급에 성공하면서 이같은 우려도 불식하게 됐다.

다만 향후 미국의 정치적 상황은 변수로 남아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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