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세대 경계

서필 목원대 성악·뮤지컬학부 교수 2024. 4.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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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장 선호하는 뉴스 채널의 설문이 발표됐다.

대부분 정치적 성향에 특정 채널이 연령대별로 몰리기 마련인 이 조사는 20%대 비율로 1위를 차지한 응답이 '없다'였다.

10대들에게 가장 선호하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더 흥미로운 설문이 있었다.

기성세대가 자꾸 편협하게 선을 긋고 잘라내고 포장하는 틈바구니에서 그들만이 선택한 가장 큰 목소리가 '당신들이 만든 것 중엔 좋아하는 게 없어요.'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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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필 목원대 성악·뮤지컬학부 교수

얼마 전 가장 선호하는 뉴스 채널의 설문이 발표됐다. 대부분 정치적 성향에 특정 채널이 연령대별로 몰리기 마련인 이 조사는 20%대 비율로 1위를 차지한 응답이 '없다'였다. 특징적인 건 10대의 경우엔 이 비율이 40%다.

10대들에게 가장 선호하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더 흥미로운 설문이 있었다. 지상파 방송사와 IPTV 채널 등 여러 소스를 기준으로 놓은 조사에서 압도적 1위인 50%의 대답이 '없다'였다.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하지 않던 시절, '유행어'는 시대를 관통하는 언어의 울림이었고, 잘 만든 예능 프로그램은 문화 현상을 대표했었다. 그래서 그 시대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은 사회를 바꾸는 선한 영향력까지 발휘했다. 건널목 정지선과 이경규의 냉장고가 떠오른다면, 그런 시대를 겪어온 세대임을 반증한다.

당시 지상파 프로그램은 그 영향력이 엄청났다. 모든 연령대의 사람이 함께 볼 수 있어야 했기에, 선정성과 폭력의 수위는 당연히 보편적인 수준으로만 다뤄야 했고,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가치 또한 공익적이어야 했다. 프로그램이 던지는 메시지도 다양함보다는 보편을 추구해야 했고, 소재나 장르 또한 편협되지 않는 균일한 자세를 취해야만 했다.

OTT 서비스와 온라인 매체의 발달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지상파가 아니어도 개인이 취사선택이 가능한 여러 매체가 등장하면서, 더 이상 제작자들은 보편성에 얽매이지 않아도 됐다. 예전 같으면 너무나 극단적이라 감히 다루기 꺼려지는 소재가 있더라도, 그런 소재와 취향만이 소비되는 창구가 생겼다. 논란이 예상되는 소재는 공공성이 강한 지상파에서는 조심스러웠던데 반해, OTT 서비스나 온라인에선 그들만의 소리를 선택해서 귀 기울여주는 소비자만 신경 써도 방송과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

예전 같으면 너무나 편협해서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댓글들도 그런 소리에 맞장구 쳐주고 응원해 주는 소리가 있으니 그 수위와 폭력성이 더해만 간다. 댓글이 그럴진대 매체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다른 매체보다 더 선정적이고, 가학적이며, 폭력적이어야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지상파의 획일적인 답보도 한몫했다.

다양성은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보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남다른 관점으로 세상과 시선을 다루는 그것 또한 예술적 요소 중의 하나다. 그런데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훼손하고 왜곡하고 상처를 주는 방향으로 전개될 때, 그것이 다양성으로 불릴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편협함을 다양성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의 10대들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특정 콘텐츠에 쏠리지 않은 채 선호 장르가 없다고 대답한 것이리라. 기성세대가 자꾸 편협하게 선을 긋고 잘라내고 포장하는 틈바구니에서 그들만이 선택한 가장 큰 목소리가 '당신들이 만든 것 중엔 좋아하는 게 없어요.'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대 간의 경계선이 자꾸 짙어진다.

서필 목원대 성악·뮤지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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