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인데 웃지 않는 꽃범호, 왜?

김은진 기자 2024. 4.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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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 감독 | KIA 제공


나성범·이의리·박찬호 등
주력선수 줄줄이 이탈
부상병동인데 잘한다?
복잡한 심정…만족 못해
내달이면 돌아올 선수 많아
4월 상승세 잘 지켜야죠


이범호 KIA 감독은 최근 “1등 하는 기분이 이렇게 안 좋을 수가 있나요” 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의리, 박민, 윤도현이 1·2군에서 하루아침에 다쳐나간 다음 날이었다. KIA가 막 단독 1위에 오르고 상승세를 타는 시점이기도 했다. 대장정을 이제 막 시작해 우여곡절 속에서도 잘 헤쳐나가고 있지만 아주 복잡한 사령탑의 속내가 한마디에 모두 담겼다.

KIA는 15일 현재 1위다. 18경기, 시즌의 10%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승률 0.778(14승4패)의 좋은 성적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나성범, 황대인, 박찬호, 임기영 등 주력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중에서도 KIA는 예상과 달리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 상승가도에서 이범호 감독은 승부사의 기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4월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당초 개막 전, 시즌을 준비하면서 이범호 감독은 “5월까지 50경기 치르는 동안 어느 정도 승부가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IA가 강팀이라는 평가를 부담 없이 인정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올해 우승하겠다”고 대담하게 밝힌 이범호 감독은 개막 두 달간의 ‘봄’을 첫 승부처로 봤다.

그러나 지금은 더 축소했다. ‘4월’을 타깃으로 잡는다. 생각보다 일찍 치고 나간 지금 이 기세를 유지해야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승하는 팀들의 승부는 대부분 아예 출발점에서 시작된다. 5월부터는 부상으로 빠져 있는 주축 선수들이 한 명씩 돌아오기에 그 전인 지금 페이스를 지켜 승부한다면 이후 더 세게 달릴 수 있다는 계산도 더해져 있다.

이범호 감독은 “4월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벌써 절반 가까이 갔지만 4월에 남은 경기가 우리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다. 5월 초에는 나성범이 돌아올 수 있고 이의리와 임기영도 1~2주 안에 돌아올 거다. 박찬호도 며칠 뒤면 온다”며 “4월만 잘 버티면 날씨도 따뜻해지고, 이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상 선수도 많은데 이 정도면 잘 출발한 것 아닌가’ 정도의 만족은 아직 어디에서도 드러낸 적이 없다.

KIA는 16일부터 SSG, NC, 키움, LG와 차례로 각 3연전을 시작한다. 호락호락한 팀이 하나 없이 줄줄이 상승세의 강팀이다.

SSG, NC, 키움은 올시즌 상위권으로 큰 기대를 받지 못했지만 시즌 초반 반전의 힘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KIA에 이어 NC, 키움, SSG가 반 경기씩 간격으로 2~4위에 붙어 있다. 마지막에 만나는 LG도 현재는 하락세지만 엄연한 우승후보다. 지난 9~11일 LG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연승을 시작한 KIA로서는 4월에 다시 만나게 될 LG 3연전까지 4월 승부 ‘완결’을 노리고 있다.

이 상승세의 팀들과 승부에서 기선을 제압하면 그 이후의 KIA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범호 감독은 “4월에 남은 경기에서 5할 승률로 잘 버티면 그 이후에는 우리가 갖고 있는 더 좋은 부분들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KIA는 지난 주말 한화 3연전에서 진땀 승부를 했다. 특히 에이스 양현종이 등판했던 13일에는 11-2로 크게 앞서다 중간계투 난조로 결국 그날 아끼려던 필승조까지 투입해 2점 차로 이기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이범호 감독은 “잠이 안 오더라”고 했다. 이기고도 다음 경기를 위해 필승조를 아끼고자 투수 교체를 망설였던 순간을 곱씹으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봄과 함께, KIA의 ‘꽃범호’가 승부사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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