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기계 잘못이면 고칠 수라도 있다...그런데 사람 문제, 신뢰 회복 너무 어렵다

김용 2024. 4. 16.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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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부터 흥미로운 이슈들로 '역대급 흥행'을 예고했던 KBO리그.

2024 시즌부터는 절대 없을 거라 믿어졌던 심판 문제.

차라리 기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드러났으면, 이는 기술로 고치면 된다.

이제 더그아웃에서도 바로바로 어떤 판정이 내려질지 확인하게 한다고 하는데, 그 문제가 해결돼도 다른 부분에 대한 새로운 오해가 생기기 충분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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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차라리 기계 문제면 어떻게라도 바꾸지, 사람 문제는….

시즌 초반부터 흥미로운 이슈들로 '역대급 흥행'을 예고했던 KBO리그. 하지만 한순간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2024 시즌부터는 절대 없을 거라 믿어졌던 심판 문제. 공정한 볼 판정을 하겠다며 KBO 허구연 총재가 야심차게 도입한 ABS(로봇심판) 제도가 생각지도 못한 일로 무너질 조짐이다.

ABS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ABS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볼로 둔갑시킨 주심과, 이를 보호해주려던 심판 조장의 부적절한 행동이 생중계 카메라에 찍히며 파문이 커지고 말았다. 공정할 수밖에 없다던 ABS도, 이렇게 불공정해질 수 있구나를 만천하에 보여주고 말았다. 리그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충격적 장면이었다.

KBO도 당연히 심각성을 인지했다. 15일 문제를 일으킨 심판원들에 대해 강력한 징계를 내릴 전망이다. 상벌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자체가 해당 심판원들의 앞날에 치명타가 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심판들의 여러 사건에 '솜방망이', '제 식구 감싸기' 등의 질타를 들었던 KBO인데, 이번 건에 대해서는 자비를 베풀 마음이 없을 분위기다.

문제는 이 심판들의 징계로, 이번 논란이 가라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안그래도 도입 첫 시즌 ABS에 대한 현장 불신은 컸다. 구장마다 존이 다르다, 타자가 칠 수 없는 공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이 된다는 등 불만이 속출했다. 물론, 이 얘기들에만 편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어떤 제도라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 중계 방송을 보면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공들은 화면 하단 스트라이크존에 거의 다 들어오고, 그 존을 벗어나면 예외 없이 볼 판정이 내려졌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14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ABS에 대한 작심 비판을 했는데, 김 감독의 말이 맞다고 지지하는 쪽도 있지만 결국 성적이 너무 좋지 않으니 ABS로 불만이 표출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사진출처=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어찌됐든 이렇게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에, 모든 신뢰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허 총재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ABS가 기술 문제로 구장마다 다를 확률은 없다"고 강력하게 잘라 말하며 ABS 논란을 진화하려 했다. 하지만 허 총재는 현장의 반발 분위기를 이미 감지하고, 지난 12일 키움과 롯데전이 열린 고척돔을 찾아 ABS 보완책 등에 대해 관계자들과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장은 뭘 해도 수습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으니, ABS를 도입한 장본인으로서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차라리 기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드러났으면, 이는 기술로 고치면 된다. 그런데 사람이 일을 저질러버리니,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거둬질 수 없다. 이제 더그아웃에서도 바로바로 어떤 판정이 내려질지 확인하게 한다고 하는데, 그 문제가 해결돼도 다른 부분에 대한 새로운 오해가 생기기 충분한 구조다.

아마추어 무대는 프로보다 아무래도 조직 기반 등이 약하기에, 심판 매수나 승부 조작과 관련된 논란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고교야구 무대에 ABS가 도입될 때 "기계가 내놓은 결과를 뒤에서 바꿔버리면 어떻게 하나"라는 웃지 못할 의심의 얘기가 돌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게 프로에서 시작부터 나와버렸다. "프로도 누가 조작하는 거 아니냐" 해도 할 말이 없게 돼버린 것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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