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이 크다" 또 믿었는데, 한계에 달한 김태형의 인내심…사라진 170억 트리오, 몸값이 주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박승환 기자 2024. 4. 16.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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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노진혁, 유강남, 한현희./롯데 자이언츠
2024년 4월 12일 오후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김태형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김태형 감독이 다시 한번 칼을 빼들었다. 한현희를 비롯해 '50억 유격수' 노진혁에 이어 '80억 포수' 유강남까지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결국 '몸값'이 주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롯데는 16일 엔트리에 큰 변화를 가져갔다. 유강남을 비롯해 투수 박진형과, 내야수 정대선을 1군에서 말소하고, 투수 신정락과 최이준, 포수 서동욱을 전격 콜업했다.

이번 엔트리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단연 유강남의 말소다. 롯데는 지난 2022시즌에 앞서 모처럼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지갑을 열었다. 2017년부터 번번이 포스트시즌 문턱을 넘지 못한 롯데는 선수단의 몸집을 줄이고 유망주들의 육성에 힘을 쏟아왔는데 '이제는 성적을 낼 때가 됐다'는 신호였다. 롯데 구단이 가진 기조가 변하는 순간이었다.

롯데의 목표는 확실했다.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팀을 떠난 이후 무주공산이 된 안방마님을 비롯해 외국인 선수를 유격수로 뽑을 만큼 인재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유격수까지 두 자리의 센터라인을 보강하는 것이었다. 당시 롯데는 수비적인 능력보다는 공격력에서 조금 더 장점이 있는 박동원(LG 트윈스)보다 2015시즌부터 8시즌 연속 100경기 이상 포수마스크를 쓸 수 있는 체력과 좋은 프레이밍 능력을 갖추고 있는 유강남을 택했다.

롯데의 대우는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롯데는 유강남에게 무려 4년 총액 80억원을 투자했다. 보장금액은 74억원으로 롯데가 얼마나 큰 기대감을 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롯데는 곧바로 '내야의 꽃'이라고 불리는 유격수 자원까지 확보했다. 바로 2할 후반의 타율과 함께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해줄 수 있는 노진혁이었다. 롯데는 노진혁에게도 4년 총액 50억원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다.

롯데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분명한 고민거리를 해결한 만큼 지갑을 닫을 것 같았던 롯데는 3+1년 총액 40억원 규모에 '깜짝' 한현희까지 영입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햐항곡선을 그리고 있던 한현희의 경우 리스크가 컸던 만큼 보장금액이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샐러리캡' 제도가 도입되는 상황에서 롯데는 적지 않은 금액을 베팅했다.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경험이 풍부한 만큼 선발 로테이션의 한자리를 꿰차지 못하더라도 팀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롯데 자이언츠 노진혁, 유강남, 한현희./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한현희./롯데 자이언츠
2023년 7월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프로야구 ' 롯데-두산. 노진혁./마이데일리

하지만 지난해 성적은 처참했다. 유강남은 121경기에서 출전해 92안타 10홈런 55타점 타율 0.261 OPS 0.726의 성적을 남겼다. 정규시즌 막바지 타격감을 회복하면서 떨어졌던 지표 대부분을 회복했지만, 이미 롯데가 5강 경쟁력을 잃은 상황이었다. 노진혁은 지난해 113경기에서 86안타 4홈런 51타점 타율 0.257 OPS 0.724로 최악이었다. 지난 2018년 본격 눈을 뜨기 시작한 이후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다. 롯데가 기대했던 두 자릿수 홈런은 문턱에도 미치지 못했다.

'170억 FA 트리오' 중에서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단연 한현희였다. 한현희는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부진한 성적 속에서 자리를 지켜내지 못하는 등 지난해 38경기에 등판해 승 1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4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12패는 KBO리그 10개 구단의 수많은 투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패배였고, 5점대 평균자책점은 지난 2012년 넥센 히어로즈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큰 기대를 모았던 외부 FA 선수들이 부진하면서 롯데는 지난해 '윈 나우'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는데, 그 후폭풍은 매우 컸다. 일단 래리 서튼 감독이 정규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최악의 사태를 초래했고, 유강남과 노진혁, 한현희의 영입을 추진했던 성민규 단장도 옷을 벗었다. 이에 롯데는 '명장'으로 불리는 김태형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하면서 '새 판짜기'에 돌입했다.

구단의 목표를 잘 아는 만큼 선수들도 이번 겨울 그 어느 때보다 더 철저한 준비를 통해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정규시즌을 준비해 나갔다. 유강남은 지난해 시즌 막판 보여줬던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좋은 팀 성적과 함께 특히 프리미어12 국가대표 승선까지 목표로 잡았다. 노진혁 또한 "작년은 정말 아쉬웠다. 올해는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현희를 포함해 이들의 스타트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한현희는 시범경기에서 1경기에 등판해 2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3실점(3자책)을 기록하는 등 부진하자,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3월말 처음 1군의 부름을 받는데 성공해 3경기에서 무실점 투구를 펼쳤으나, 지난 9일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서 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3실점(3자책)으로 부진하면서 가장 먼저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뒤를 이은 것이 노진혁이었다.

최악의 스타트를 끊은 노진혁은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일찍 야구장에 나와 방망이를 돌리며 애를 썼지만, 지난 7일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서 첫 타석을 소화한 뒤 곧바로 이학주와 교체됐다. 이후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올해 14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6안타 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등 타율 0.176 OPS 0.488의 암담한 성적을 남긴 채 지난 10일 2군으로 내려갔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만 수차례, 사령탑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순간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고척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2024년 4월 1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키움의 경기. 롯데 김태형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

그리고 15일 유강남마저 사라졌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13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유강남의 부진에 대해 "유강남도 컨택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것이 있기 때문에 스윙이 조금 크다. 막상 연습을 할 때는 괜찮다. 그런데 연습을 할 때처럼 치면 힘을 못 싣는 것 같아서 힘을 주다 보니 스윙이 커지면서, 배트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다. 타율도 타율이지만, 장타가 나와줘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요즘 타이밍이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는데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강남을 1군 엔트리에서 쉽게 빼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했다. 그만큼 팀 투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까닭. 사령탑은 "유강남이 롯데 투수들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시즌 전에도 말을 했지만, 유강남의 역할이 크다"고 다시 한번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유강남은 13일 경기에서도 자신 앞에 차려진 밥상을 단 한 번도 먹지 못했고, 14일 경기에서는 1사 만루의 대량 득점 찬스에서 3B-0S의 매우 유리한 카운트에서 타격을 감행, 병살타로 물러나며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유강남이 3B에서 병살타로 맥을 끊자, 더그아웃에서 고영민 코치-유강남에게 한마디를 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리고 15일 결국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한현희의 경우 마지막 +1년의 옵션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롯데와 계약은 2025시즌이 되면 종료된다. 반면 유강남과 노진혁은 올 시즌을 제외하더라도 앞으로 2년을 더 롯데에 몸담아야 한다. 그만큼 동행할 시간이 많이 남은 셈. 충분히 지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지금까지의 성적을 고려하면 이렇게 부진한 모습이 계약 종료 시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단 분명한 것은 현시점에서 롯데가 총액 170억원을 투자하면서 영입한 FA 트리오는 대실패라는 점이다.

롯데는 이들에게 총액 170억원을 투자하면서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어졌다. 이로 인해 2023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품은 안치홍의 잔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안치홍은 4+2년 총액 72억원에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안치홍 또한 롯데에서 부진할 때도 있었지만, 지난 4시즌 동안 496경기에 출전해 511안타 40홈런 타율 0.292 OPS 0.791로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한화에서도 34경기에서 20안타 1홈런 타율 0.290 OPS 0.786을 기록 중. 결과론이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큰 계약의 배경에는 항상 '기대감'이 뒤따른다. 그런데 최근 롯데가 영입한 외부 FA 자원들의 활약은 처참하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 투아이'에 따르면 유강남의 WAR은 -0.43, 노진혁은 -0.20, 한현희는 -0.01로 합계 -0.64을 기록 중. 이로 인해 비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뒤따르고 있다. 물론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선수 개개인이 가장 답답할 노릇이지만, 이러한 부담감은 모두 선수 스스로가 이겨내야 한다. 결국 '실패'로 귀결돼 가고 있는 평가를 뒤집는 것은 선수 본인의 활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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