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가 아프면 어떤 준비라도 해야” KIA에 이런 36세 투수가 있다…1위, 화려함만 있는 건 아니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의리가 아프면 그 어떤 준비라도 해야 한다.”
KIA 타이거즈는 부상자가 7명이나 된다. 윤도현을 시작으로 나성범, 황대인, 임기영, 박찬호, 이의리, 박민까지. 그럼에도 풍부한 투타 뎁스를 앞세워 NC 다이노스를 1.5경기 차로 제치고 단독선두를 질주한다. 이번주에 박찬호, 4월이 끝나기 전에 임기영의 1군 복귀 가능성이 크다.
1위를 달리는데 부상자들의 몫을 메우는 선수들의 분전이 자연스럽게 부각된다. 서건창의 화려한 부활 스토리, 이젠 팀의 중심이 된 이우성, 2년차 곽도규의 호주 및 미국 유학효과, 홍종표의 타격 업그레이드, 여전히 어떤 역할도 소화하는 이창진과 대타 장인 고종욱 등등.
그리고 여기 이 선수가 있다. 우완투수 김건국(36). 작년에도 올해도 대체 선발투수 혹은 롱릴리프다. 5일과 7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서 1이닝 1실점, ⅓이닝 1실점했으나 10일 광주 LG 트윈스전서 3이닝 3피안타 1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김건국의 역할 자체가 외부에 빛나기 어려운 보직이다. 언제 마운드에 오를지도 모르고, 원래 역할을 하던 투수가 돌아오면 또 다른 역할을 맡거나 2군에 가야 한다. 등판 간격이 불규칙해 꾸준히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김건국은 굳이 자신이 돋보이려고 하지도 않는다. 욕심이 없는 게 아니라, 조직은 이렇게 묵묵히 제 몫을 해주는 선수들도 있어야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걸 알고 있다. 36세의 베테랑 투수는 늘 팀에 헌신하는 마인드다.
김건국은 지난 10일 LG전을 마치고 “2군에서 선발을 준비해왔고, 롱릴리프로 던졌다. 시즌 돌입하면서 플랜이 바뀌었다. 앞선 2경기가 좋지 않아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스트라이크를 더 던지려고, 공격적으로 들어간 게 주효했다”라고 했다.
김건국도 올해 변화가 있다. 140km대 중반의 포심과 슬라이더에 기본적으로 많이 의지하는 건 맞다. 여기에 커브를 간간이 섞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올 시즌에는 컷패스트볼도 던지기 시작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4.2% 비율이다. 커터를 삼성과의 2경기서 던지지 않다 LG를 상대로 구사해 재미를 봤다.
그날 김건국은 이의리가 1⅓이닝만에 갑자기 팔에 느낌이 좋지 않아 내려가자 갑자기 마운드에 올라간 것이었다. 그리고 이범호 감독은 16일 인천 SSG 랜더스전 선발투수로 김건국을 예고했다. 이의리가 없는 3주간 김건국을 적극 중용하겠다는 메시지다.
김건국은 “의리가 아프면 대체 선발이든 롱릴리프든 준비해야 한다. 팀을 위해 그 어떤 준비라도 해야 한다. 그게 베테랑이다”라고 했다. 이날 어떤 결과를 낳든, KIA에도 기꺼이 화려함과 스포트라이트를 포기하고 궂은 일에 집중하려는 베테랑이 있다는 사실은 기억해도 좋을 듯하다. 팀이 잘 되려면 이런 선수들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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