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에 등 돌린 고려아연… 관계 끊기 '일사천리'

이한듬 기자 2024. 4. 16.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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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영풍과의 관계 단절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6월30일 만료되는 영풍과의 '황산취급 대행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종료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두 집안 사이에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진 데 이어 올해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배당 정책과 정관 변경 안건을 영풍이 반대하면서 두 집안 사이에 갈등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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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공동 구매·영업 종료 이어 황산취급 대행도 안 맡긴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관계 단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원료 공동 구매와 공동 영업을 종료하기로 한 데 이어 황산취급 대행 계약도 끊기로 했다. 표면상으론 시설부족 등 경영상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최근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동업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6월30일 만료되는 영풍과의 '황산취급 대행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종료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전날 영풍 측에 전달했다.

현재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20기의 황산탱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풍의 석포제련소가 보내는 40만톤(2023년 기준)을 포함해 연간 160만톤의 황산을 처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계약 종료 이유에 대해 ▲황산관리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 폐기 ▲시설 개선 위한 추가 투자 필요성 ▲자체 생산량 지속 증가로 사용 공간 부족 등을 꼽았다.

특히 위험물질의 추가적인 외부 반입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이를 안전하게 산업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비용도 상당하다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영풍은 새로운 판매처를 찾거나 보관 탱크를 지어야 한다. 아연을 생산할 때 황산이 부산물로 나오는데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을 줄여야 한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의 이번 조치가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 따른 것으로 본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일가가 독립경영하는 체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두 집안 사이에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진 데 이어 올해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배당 정책과 정관 변경 안건을 영풍이 반대하면서 두 집안 사이에 갈등이 깊어졌다.

이를 계기로 고려아연은 홀로서기를 추진하고 있다. 원료 공동구매 및 공동영업을 종료하기로 했고 본사 소재지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종로구 그랑서울빌딩으로 옮겨 영풍과의 동거도 끝내기로 했다. 영풍과 공유했던 CI 대신 독자적인 CI를 사용한다.

현재 고려아연과 영풍은 비철제품 수출 및 원재료 구매를 담당하는 계열사인 서린상사를 두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서린상사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이사 4명(최창걸·최창근 명예회장, 노진수 부회장, 이승호 부사장)과 영풍 측 이사 3명(장형진 고문, 장세환·류해평 대표)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고려아연이 올해 서린상사 주총에서 자사 측 이사 수를 기존 4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3월 이같은 내용의 안건 상정을 위해 서린상사 이사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영풍 측의 불참으로 두차례나 무산됐다. 고려아연은 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청구를 신청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오는 17일 나온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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