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심리학적으로 살펴 본 윤석열과 참모들

함영준·마음건강 길(mindgil.com) 대표 2024. 4. 1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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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정권의 22대 총선 대패를 보면서 심리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인간의 ‘접근과 회피 본능(Approach and avoidance instincts)’이 생각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참모들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열고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들이 누구나 자신에게 좋고 유리한 것은 접근하고, 싫고 불리한 것은 회피하려는 기본적 성향을 말한다.

인간의 생존과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지만, 불행과 퇴보를 가져오는 원흉이기도 한 ‘양날의 칼’이다.

때문에 심리학에서는 이 두 가지 본능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스스로 균형을 이뤄 나가는 사람을 이상적으로 본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본능은 인간의 이기성을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만약 오직 ‘접근과 회피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로만 이뤄진 사회라면 어떻게 될까.

그런데 윤석열 정권의 핵심세력이나 주변 참모들을 보면 그런 본능에 익숙한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총선의 대표적 참패 원인으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장관 대사 임명 ▲의대정원 증원 문제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소통방식 등에 대해 그토록 부실하게 대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 요즘 와서 많은 사람들이 주변 참모들의 말을 안 듣고 자기 고집대로 하는 윤 대통령의 독선을 비판하지만 난 약간 다르게 생각한다.

지금은 최고 권력자 눈 밖에 나면 사약이 내려지는 왕조사회도 아니고, 감옥에 보내지는 독재사회도 아니다. 쓴 소리를 하더라도 그 정권하에서 더 이상 출세 못하고 나올 뿐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윤대통령 아닌가.

삼권분립 민주사회는 통치자의 ‘원맨 플레이’에 의존하는 사회가 아니므로 대통령이 수를 잘못 읽거나 올바르게 행동하지 못하면 결단코 말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민주화된 사회에서 참모와 관료들의 의무요 숙명이다.

일반 상식에서 볼 때 명백히 벗어난 결정인데도 모두들 “잘하시는 결정입니다”,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만 복창하고 있는 정부라면 제대로 굴러가겠는가.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에 맞서 “아니요”란 ‘돌직구’로 일관해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정치도 모르고 여의도 인맥도 없으며, 오로지 법전과 형사처벌에 능한 검사 출신이다. 그런 사람이 대화와 타협, 양보와 물밑거래가 판치는 정치 세계에서 능수능란하게 적응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 내가 이런 소리를 하는 배경에는 과거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경험한 3년의 시간이 있다.

윤석열・이명박은 정치인 출신이 아니고, 자신의 개인기로 대통령이 된 점에서 닮은꼴이다.

그러나 정치적 지형은 천양지차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24.7만표(0.7%)차로 가까스로 승리했다.

그러나 MB는 2007년 12월 대선에서 선거역사상 전무후무한 531만표(22.5%)차로 압승했다. 이어 이듬해 4월 총선에선 ▲한나라당 153석 ▲친박연대 14석 ▲자유선진당 18석 등 범보수계열이 185석으로 압승했다. 민주당은 81석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달도 안돼 ‘광우병’이란 조작 사건을 통해 서울 중심가가 시위세력에 점령되고 MB정권이 휘청거리는 사태를 당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건 대통령의 책임이라기보다 그런 식으로 방치하게끔 만든 주변 참모들의 안이함과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한 방심이 훨씬 크다고 생각했다.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호위보다 자신들 안위와 지위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MB가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고, 2010년 G-20 대회 유치 등 많은 실적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천안함’이나 ‘연평도포격’처럼 명백히 북한이 일으킨 도발사건들에 휘청대고 지지율을 까먹은 것도 위기 때마다 뒤로 숨는, ‘접근과 회피 본능’에 익숙한 참모나 관료들에 휩싸인 결과라고 본다. 이것이 지금 한국 민주화 사회가 가진 맹점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고 트루만 미 대통령말처럼 ‘모든 것은 대통령 책임’이란 것 또한 맞는 얘기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정치가로 평가받는 링컨, 루즈벨트, 처칠 등은 모두 정치로 잔뼈가 굵은 프로 정치인들이었고, 그 사회 구성원들은 수백년 민주 전통 속에서 성숙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민주화 역사도 30여년으로 일천하고, 정치를 업으로 하지 않는 아마추어 정치가를 대통령으로 뽑고 그저 잘 헤쳐 나가기를 기원한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적어도 대통령 주변에 ‘접근과 회피 본능’에서 벗어나 중도(中道)와 균형을 지켜내는 사람들이 많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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