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밸류업의 조건

임동욱 기자 2024. 4. 1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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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은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40차 금융산업위원회 초청 강연에서 다음달 발표 예정인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의 기본 방향을 언급하고,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금융 당국이 지배구조 우수기업을 선정해 감사인을 주기적으로 지정하는 것을 일정 기간 면제하고, '밸류업 표창'을 받은 기업은 지배구조 평가 시 '가점'을 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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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은 인센티브를 주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지배구조는 기업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구성하는 게 최선이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해소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재계의 입장은 '공감은 하나, 자율적이어야 한다"로 요약된다. 즉 상장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 나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증시를 강화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자칫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옥죄는 또 다른 족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40차 금융산업위원회 초청 강연에서 다음달 발표 예정인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의 기본 방향을 언급하고,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금융 당국이 지배구조 우수기업을 선정해 감사인을 주기적으로 지정하는 것을 일정 기간 면제하고, '밸류업 표창'을 받은 기업은 지배구조 평가 시 '가점'을 주겠다는 것이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6년 동안 감사인을 자의로 선택하면, 다음 3년은 당국이 다른 감사인을 정해주는 제도다. 기업과 감사인 간 유착을 막기 위해 낯선 감사인에게 장부를 맡기게 강제한 '불편한 안전장치'인데,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은 열외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당국이 '밸류업'을 위해 기업들의 공시 부담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정부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부담 경감'이란 당근을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로 우선 내세운 모양새다. 그러나 경제계는 금감원장이 꺼내든 '우수 기업지배구조' 인센티브에 대해 반기지 않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같은 날 좌담회를 열고 기업지배구조를 밸류업 인센티브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기업별로 처한 상황이 다양한데 당국이 생각하는 '모범답안'만을 정답으로 간주하고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것이다. '좋은 지배구조'에 대한 정의와 기준역시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업 입장에선 정부가 내민 당근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명목상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는 기업의 '자율적 의지와 판단'에 따르는 것이라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기업은 빠지기 어렵다. 실제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인센티브가 아니라 오히려 패널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관건은 이같은 조치를 통해 정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 지 여부다. 분명한 것은 당국의 정책만 갖고서는 기업의 가치를 올릴 수 없다는 점이다. '특효'가 있는 정책을 통해 당장 주가가 오르더라도 결국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근본적인 밸류업을 원한다면 변죽만 울려선 안 된다.

2020년 300조원 수준이던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현재 3000조원 이상이다. 삼성전자 시총의 6배 이상이다. 한국 증시 전체 시총보다 크다. 이처럼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개선되면 주가는 오른다. 밸류업을 위해서는 관치(官治)에 대한 유혹을 내려놓고 기업들이 활발하게 투자와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기업들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당장의 순간만 모면하고 회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사진=임동욱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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