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수 조 원 반도체 보조금 주는데 삼성전자가 입 꾹 다문 까닭은

텍사스주 총 투자금액 450억 달러로 확대
후공정·연구개발·인력 양성까지 '삼성 클러스터'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사장이 지난해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공장 공사 현장 모습.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지원 속에 텍사스주에 짓는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의 투자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 첨단 패키징(후공정) 시설까지 도입해 미국에서 빠르게 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를 노릴 전망이다. 여기에 인력 확보를 위한 육성 기금까지 준비하면서 '삼성 클러스터'를 만들어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를 추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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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총 450억 달러(약 62조3,000억 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확충한다. 이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에 17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밝혔는데 이를 두 배 이상 키우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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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투자 계획이 공개됐음에도 이날 삼성전자는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공개 행보도 없었다. 업계에선 이미 국내에도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예고한 삼성전자가 자칫 '국내 투자에 소홀하다'는 부정적 여론을 우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공개된 내용을 보면 삼성전자가 미국을 무대로 TSMC와 미국 인텔 등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자들과 정면 대결하겠다는 포석이 읽힌다.

삼성전자는 신규 투자 발표에 따라 기존 파운드리 공장에 더해 추가 파운드리 공장과 첨단 패키징 공장을 새로 지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기업임을 강조하며 제조 공정과 패키징, 테스트를 한 번에 아우르는 '턴키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워 왔다.

인력 양성에 투자하기로 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선 반도체 공장 투자가 경쟁적으로 이뤄지더라도 미국 내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이번에 공개된 삼성전자의 투자 내역에는 인력 육성 기금 4,000만 달러도 포함되는데 인근 교육기관과 협업에 나서며 인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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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반도체 공급망 경쟁... "한국에도 보조금 필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백악관 회의 도중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들어보이는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전자가 과감하게 미국 투자를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엔 결국 미국의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이 있다. 업계에선 이번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하는 규모에 상응하는 수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8일 TSMC도 대미 투자 금액을 650억 달러(약 88조 원)까지 늘리면서 보조금 66억 달러를 약속받았다.

정부 또한 미국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정부는 측면 지원을 담당했는데 미국 상무부에게 차별받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을 꾸준히 했다"며 "미국 내에서 다른 국가와의 보조금을 비율로 평가해보면 우리 정부의 요청이 고려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국을 포함해 각국 정부는 반도체를 미래 전략 산업으로 보고 공급망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미국이 칩스법을 통해 약속한 반도체 공장 및 R&D 시설에 대한 보조금은 5년 동안 총 527억 달러(약 75조 원)다. 특히 중국과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기술 굴기'에 대항해 핵심 전략산업으로 떠오른 반도체 공급망의 '국내화'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독일은 마그데부르크의 인텔 반도체 생산 공장에 100억 유로(약 14조 원), 드레스덴에 들어설 예정인 TSMC 공장에는 50억 유로(약 7조 원) 보조금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2월 구마모토현에서 가동을 시작한 TSMC 자회사 JASM의 제1공장에 최대 4,760억 엔(약 4조 원) 보조금을 약속했다.

한국에서도 현재의 세제 혜택 수준을 넘어 추가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여러 기업이 미국 투자 규모를 늘린 것은 보조금으로 유인을 얻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역시 첨단 반도체 공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