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범용 반도체로 승부수

변희원 기자 2024. 4. 16.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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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첨단 규제’ 맞서 활로 뚫어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에 대항해 찾은 활로는 ‘레거시(범용) 반도체’다. 레거시 반도체는 2011년 양산을 시작한 28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와 그 이전 공정에서 생산되는 것을 지칭한다.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에 쓰이는 반도체보다 수준이 낮고 저가이지만, 가전부터 자동차, 항공기, 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쓰여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중국이 향후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 시장의 장악력을 높여 레거시 반도체 가격을 올리거나 공급량을 줄일 경우, 자동차나 가전 제품의 세계 공급망에 비상이 걸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세계 점유율은 지난해 29%에서 2027년 33%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장악을 염려한 미국은 최근 일본, EU와 손잡고 레거시 반도체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찾고 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최근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 반도체 볼모지나 다름없던 국가들이 반도체 공장을 짓거나 해외로부터 반도체 투자를 받고 있다”며 “세계 반도체 시장이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점유율을 낮추려고 하면서 레거시 반도체 생산 지역이 다각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성규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특히 극자외선(EUV) 장비 등이 필요 없는 레거시 반도체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올해 말까지 미국에서 착공되는 반도체 공장은 25곳인데, 같은 기간 중국에서도 20곳의 반도체 공장이 지어질 예정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의 신규 시설은 모두 레거시 반도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또 구형 장비를 이용해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 SMIC는 7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해 화웨이에 공급하기도 했다. 반도체 투자를 위해 최근 270억달러(약 35조9000억원)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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