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설계·생산라인 다 품었다...보조금 앞세워 487조원 투자 유치
미국 정부가 15일(현지 시각) 삼성전자에 64억달러(약 9조원)의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향후 10년간 미국에 400억달러(약 55조원) 이상 투자하는 것에 대한 보조금이다. 대만 TSMC는 앞서 미국에 650억달러를 투자해 보조금 66억달러를 받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삼성의 대미(對美) 투자 발표는 한·미 동맹이 곳곳에서 기회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날 삼성전자를 끝으로 인텔과 TSMC,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 발표가 일단락됐다. 2021년 4월 바이든 대통령이 글로벌 기업 경영진과 반도체 대책 회의를 열어 ‘미국 반도체 자국주의’를 선언하며 추진한 반도체 공급망의 밑그림도 완성됐다. 구글·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가 칩을 설계하고, 미국 내 인텔·삼성전자·TSMC 등이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설에서 만들어 첨단 패키징 공장에서 조립하면, 메타·구글·MS 등이 이를 사용하는 반도체 생태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 첨단 반도체와 장비의 반입을 금지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전쟁 결과도 확인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제정한 반도체 지원법(일명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527억달러(약 73조원)를 앞세워 지난 4년 동안 총 3517억달러(약 487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을 잡았다.
중국도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첨단 대신 레거시(범용) 반도체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레거시 반도체는 자동차·가전부터 군사 무기까지 폭넓게 사용된다. 중국의 이 시장 세계 점유율은 지난해 29%에서 2027년 33%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해외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며 첨단 반도체 동맹을 만든 미국과 레거시 반도체로 활로를 찾는 중국으로 세계 반도체 지형이 양분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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