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백두산과 ‘창바이산’
미국 마트에서 김치를 찾는 것은 쉽다. 포장지에는 한국어 발음 그대로 ‘Kimchi’ 라고 적혀 있다. 주변의 많은 외국인 동료들도 김치 사랑을 고백한다.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 영국인 친구도 있다. 아직도 부모님께 김치를 공수해 먹는 한국인을 숙연하게 만든다.
한때 ‘기무치’ 논란이 있었다. 1990년대 말 일본이 김치를 대대적으로 수출하면서 기무치가 된 것이다. 이는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김치’를 국제 표준으로 인정하며 일단락되었다. 이후 2013년 한국의 ‘김장 문화’가, 2015년에는 북한의 ‘김치 만들기’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한류의 유행과 함께 김치가 한국 음식이라는 확고한 통념에 중국의 ‘파오차이’가 설 곳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지난달 말 유네스코에서 중국이 신청한 백두산 일대의 세계지질공원이 ‘창바이산(長白山)’이라는 이름으로 승인되었다. 백두산이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임을 생각하면 황당하지만, 사실 백두산의 75%는 중국에 있다. 다만 천지의 55%는 북한에 있는데, 북한도 2019년 자국 내 백두산 지역을 신청했으나 코로나 이후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단순히 ‘창바이산’이라는 이름만 우려되는 게 아니다. 중국의 동북 공정은 2010년대 들어 백두산 일대도 중원 문화의 일부라는 장백산 문화론으로 발전했다.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가 백두산을 성산으로 모셨으며, 나중에 중원까지 왔으니 중국의 역사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앞서 언급한 파오차이처럼 한복과 같은 한국 문화의 원조를 자처하며 문화 공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와 안보 등 수많은 문제로 대립하더라도 각국은 문화 교류를 통해 그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해왔다. 물론 여기에는 문화적 다양성의 인정과 상대에 대한 존중이 전제된다. 곧 한·중·일 3국이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가깝고도 먼 세 나라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진정한 협력을 확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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