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살 집 제공해야, 저출생 극복됩니다”
비싼 집값이 저출생과 결혼 기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2024 주거 복지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저출산 극복과 신혼·청년을 위한 주거 설루션’을 주제로 공공과 민간, 학계 최고 전문가들이 3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 이한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김헌동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이희범 부영 회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을 비롯해 2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안정적인 삶을 꿈꿀 수 있는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저출생 극복의 첫걸음”이라며 “청년과 결혼, 출산 등 생애 주기에 맞는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공공과 민간이 함께 공급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이 앞장서 주거 사다리 구축
박상우 장관은 이날 기조 연설에서 “그간 주거 복지 정책은 저소득층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었으나 인구구조 변화로 이제는 청년·신혼부부와 저소득층을 아우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국토부는 다양한 유형의 주택 공급을 확대해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구축하는 동시에 신혼·출산 가구 주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국토부는 우선 내년까지 든든 전세 2만5000가구, 신축 매입 임대 7만5000가구 등 수도권 도심에 소형 임대주택 10만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 청년층의 자산 형성과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청년 주택 드림 청약·대출’을 신설하고, 거주 요건과 관계없이 청년 월세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출산만 하면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가구가 주거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상 축사에서 “지난 10년간 재건축·재개발을 적대시한 잘못된 정책으로 살 만한 집이 태부족해지고 집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며 “시민의 어려움을 덜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주택을 최대한 많이 꾸준하고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년층 위해 청약·임대 제도 개선해야
이어진 세션에선 청년과 출산 가구의 주거 사다리 확충을 위한 다양한 정책 제언이 쏟아졌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의 정소이 연구위원은 “저출생 대응을 위해 ‘유자녀 세대’ 주거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며 학교 용지 내 일부를 육아 친화 주택 용지로 계획하는 ‘학교 복합형’, 도심 내 역세권 인근에 육아 지원 시설과 주택을 복합 개발하는 ‘도심 주상 복합형’ 주거 모델 등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병연 SH 정책지원실장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토지 소유권은 공공이 갖고, 건물 소유권은 개인이 갖는 ‘건물 분양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자녀 수와 연계해 토지 임대료를 지원하고, 입지가 좋은 3기 신도시에 건물 분양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구분 소유권 청약’이라는 획기적인 청약 제도를 제안했다. 신축 주택의 구분 소유권을 수익 증권화해 청년들이 주택 지분을 나눠 소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송 소장은 “갭 투자의 위험 부담을 덜고, 소수 당첨자가 이익을 독점하는 ‘로또 청약’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주거 정책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이어졌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현재 공공 임대가 청년 주거의 대안이 되기에는 물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배분도 효과적으로 되지 않고 있다”며 “청년층의 경제력과 연동해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책정하고, 지역에서 청년층의 임대주택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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